2000년 초반 주식시장을 취재하면서 참 별천지 같은 세상이구나 하고 느낀 적이 많았다. 나만 아는, 또는 소수만 공유하는 정보를 갖고 있으면 바로 돈으로 연결될 수 있겠다 싶었다. 심지어는 극소수 기관투자자만 공유하던 외국계 투자은행(IB)의 주식 매수 종목보고서가 기사로 나오면 곧바로 상한가로 치솟던 시절이기도 했다. 소위 주담(기업의 주식담당자)이 흘려주는 기업정보는 그 자체가 돈이 되기도 했다. 매일 밤 여의도로 증권맨을 만나러 오는 주담들이 미어터질 지경이었다.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금융
"응능부담을 따져 종합적으로 적극 검토해 보겠다".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인하한 법인세율을 다시 원상복구하는 방안을 묻는 말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한 대답이다. '응능부담'(應能負擔, ability-to-pay) 원칙은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게 과세해야 한다는 조세원칙을 말한다. 공평과세, 조세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포괄적 조세원칙으로, 동일한 부담 능력을 가진 사람은 동일한 부담을(수평적 공평), 더 큰 부담 능력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은 부담을(수직적 공평) 해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뛰면서 과열 양상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 흐름만 보면 서울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불장'이다. 강남 3구에서 시작된 상승 불씨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 이어 강동으로까지 옮겨붙었다. 서울 전 지역으로 오름세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와 비교해 0.36% 상승했다. 2018년 9월 둘째 주에 0.45% 오른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6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자들이 국내 가상자산시장 제도화를 위한 공약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시장의 관심이 크다. 특히 핫이슈로 떠오른 주제는 뭐니 뭐니 해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이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불붙인 가상자산시장 활성화가 결국 스테이블코인의 확장으로 귀결되면서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그런데 스테이블코인이 단지 가상자산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불씨가 된다는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심상치 않다. 법정화폐에 일대일 연동되고 국채를 담보(준비자산)로 갖춘 사실상의 새로운 통화가 출현해
22일 뒤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사령탑이 등장한다. 지난해 12월 3일 누구도 예상 못 했던 비상계엄이 초래한 비극이 결국 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종료된다. 지난 5개월간 '대한민국호'를 괴롭혔던 불확실성의 터널을 빠져나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까. 대선은 축제다. 그런데 헌정사 두 번째의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것이어서 분위기는 무겁다. 지긋지긋한 불확실성이 그나마 해소될 수 있겠지 하는 기대 정도만 있을 뿐이다. 그래도 국민들은 이번 대선이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길 바란다.대선이 본격화하면서 정치·사회·경제·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 문재인 정부 시절 정세균 국무총리는 두 번이나 버럭했다. 첫 번째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서, 두 번째는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2020년 4월.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은 절대로 안 됩니다". 홍남기 부총리의 고집에 정 총리는 고성을 질렀다. '재정건전성'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기재부는 청와대와 여당이 주장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물러나라고 할 수밖에 없다"면서 홍 부총리를 압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혼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유예 결정에 9일(현지시간)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한 말이다. 속된 말로 '트럼프 쉴드치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패닉에 빠지지 말고 그냥 있으라(주식을 팔지 말라)"며 큰소리치던 트럼프 책사 피터 나바로 무역담당 고문의 희망찬 기대에도 증시는 파랗게 질렸다. 급기야 채권시장은 공포 속 투매의 연속이었다. 트럼프가 '백기'를 들고서야 증시는 역대급 폭등세로 돌아섰다. 나바로는 '거봐 내 말이 맞지'라고 허풍을 떨겠지만,
현대차그룹이 2028년까지 미국에 총 310억달러(한화 약 31조원)를 투자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지난 40년간 미국에 투자한 금액보다 더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보면 그다지 나쁜 선택지는 아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격전지인 미국에서의 판매 확대를 위해선 전략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관세 이슈는 어찌 보면 현지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일종의 '트리거' 역할이었을 뿐이다.현대차그룹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 대수는 723만대에 달한다. 이중 미국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그게 우리의 실력이다"라는 언급이 경제계와 정치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25일 온라인카지노 경찰 벳무브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유지하기로 한 것을 두고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낮은데 우리 혼자서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과거 고도성장에 너무 익숙해서 1.8%라고 하면 위기라 하는데, 우리 실력이 그 정도다"라며 "구조조정을 안 하고 기존 산업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신성장동력을 키우고 사회·경제체제를 바꿀 대대적인
2022년 3월. 윤석열 정부 국정방향의 큰 틀을 잡기 위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성됐다. 인수위가 구성되면 각 부처는 인수위에 더 많은 에이스 공무원을 파견하기 위해 눈치싸움을 벌인다. 인수위에서 입안되는 국정과제가 향후 정부 정책으로 실제화되고, 정책 방향과 파급력에 따라 부처의 입지가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순간 찬밥 취급을 받을 수도, 또는 환대받는 더운밥 입장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당시 유독 전전긍긍하는 부처가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였다.공정위는 검찰, 국세청, 감사원과 함께 경제계에서 이른바 4대
2020년 9월 1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재용 삼성 회장(당시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재용 회장으로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부당하게 진행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게 골자다. 검찰은 총수의 사익을 위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가장 적은 비용을 들여 승계와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악질적인' 조직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이재용 회장에 대한 기소 사실을 언론 앞에서 직접 발표한 사람은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새해가 밝았지만 유쾌하지 않은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새해를 맞는 기대와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야심 찬 목표설정과 달성을 위한 의지가 넘쳐날 시기이지만,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싼 논란 등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향후 몇 달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2주 뒤면 미국의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한다. 내부의 불확실성뿐 아니라 외부의 불확실성까지 가세하면서 혼돈의 시간은 계속될 것이다.기업 입장에서 가장 불편한 것은 앞을
경제가 시계 제로 상태다. 성장은 꺾이고 내수의 침체 속도는 가팔라지는 데다, 수출 '피크 아웃(Peak out,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에 대한 우려는 점증한다. '관세전쟁'을 위한 칼날을 들이댈 트럼프 정부는 한 달 뒤면 출범한다. 세계 경제가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처럼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의 후폭풍은 불확실성을 키운다. 내년을 준비해야 할 기업들과 가계의 눈 앞은 캄캄하다. 무엇이라도 붙들어 잡고 싶지만, 마땅한 버팀목이 보이지 않는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대통령 탄핵 국면이 대한민국의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 버렸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이 온통 뒤덮고 있다. 불안과 공포는 점증한다. 민주주의 퇴보는 찬란한 발전을 거듭해 온 대한민국의 자본주의에도 위기로 다가온다.시장은 지긋지긋한 불확실성과 위기를 타개할 해답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반란'은 선택지를 더 늘리는 무모한 짓을 하고 있다. 환율이 뛰고 증시가 폭락해도 기다리라 한다. 가격은 이미 무
"트럼프와 같이할 수 없어 스스로 옷을 벗고 나왔다더라". "자신들의 정책과 맞지 않는 인물이라면서 해고했다고 하더라".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 워싱턴에서 미 정부 주요 부처를 상대로 아웃리치 활동을 해 온 한 공무원이 전해준 얘기였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자비하게 칼질을 하는 통에 미 공직 사회가 크게 흔들렸다. 결국 미 경제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재무부와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의 많은 '초엘리트' 공무원들은 워싱턴을 떠나 유럽, 홍콩, 일본 등의 온라인카지노 경찰 벳무브회사와 기업들로 이직했다. 문제는 수년간 네트워크를
2019년 6월 30일.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은 수많은 취재진으로 북새통이었다.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 총수들을 불러 모았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의 총수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속속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그날 행사는 간담회라기보다는 트럼프의 일장 연설과 '협박'을 들어야 하는 자리였다. TV 생중계 속에 비친 총수들의 표정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어색함 그 자체였다.간담회였지만 총수들에겐 발언 기회가 없었다. 트럼프는 30분 동안 자기 자랑을 늘어놨고,
'농협은 주택담보대출, 모기지론, 주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금리안전모기지론과 비거치식 분할상환방식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모기지론, 신용대출 등 대부분의 신규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가계대출에 대한 본부 심사기준을 강화해 생활자금용 주택담보대출, 주식담보대출 등의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하나은행도 전세자금대출 등 실수요자가 꼭 필요한 자금만 대출해주고 나머지는 중단하기로 했다'.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다. 2011년 8월의 한 장면이다. 같은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그룹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로 촉발된 경영권 분쟁이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MBK는 3조6천억원을 투입하고, 이에 대항하는 고려아연은 3조1천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어 경영권을 사수한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둘러싼 '쩐의 전쟁'이 살벌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종 목표는 누구도 덤빌 수 없는 수준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단단히 잡는 것이다.방식이 바이아웃(Buy-Out)이 됐건, 공개매수를 통한 적대적 M&A가 됐건 M&A는 기업에 여러 순기능을 한다. 고도화된 자본주의 시장체제에서 M&A
'F4 회의'(경제·온라인카지노 경찰 벳무브·통화당국 수장 회의)의 '빅 스피커'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복현 온라인카지노 경찰 벳무브감독원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낸 이 총재는 뛰어난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수집한 해외의 경제·온라인카지노 경찰 벳무브시장 동향을 공유한다. 방대한 '날것'의 시장 데이터를 보유한 금감원의 정보는 이복현 원장의 입을 통해 참석자들에게 전달된다. 다양한 의견과 데이터를 통해 방향을 잡아야 하는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경청하는 데 집중한다. 그간 유독 상대적으로 말수가 적은 참석자는 온라인카지노 경찰 벳무브위원장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큰 변화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경고에 시중은행들이 과감한 '대출 총량' 축소로 화답하고 있다. 속도도 매우 빠를뿐더러 강도는 더더욱 거칠어진다. 지난 7~8월 가계부채가 급증한 데 대한 당국 '책임론'이 가세하자 당국의 스탠스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그저 앞만 보고 가고 있다. 실수요까지 모두 죽이는 끝판왕 관치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그래프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는 분명하다.집값이 들썩이자 정부는 지난달 8일 대규모 부동산 공급정책을 내놨다.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