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유예기간이 미국 현지시간으로 오는 8일 만료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월초 57개국·지역을 대상으로 적게는 10%, 많게는 약 50%에 달하는 상호관세를 발표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으나, 관세 발효 13시간 만에 90일간 유예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 시한이 내주 끝난다.

유예 연장 여부를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갔지만 가장 최근 발언을 놓고 보면 트럼프는 '연장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상 영국과 중국, 베트남 외에는 관세 협상이 타결된 곳이 없어 고율 관세가 복원될 경우 각국의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가 가장 날을 세운 곳 중 하나는 일본이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지난 2월 트럼프를 직접 만난 데 이어 그간 7회에 걸쳐 장관급 협상을 벌였으나 진행은 지지부진했다. 7차 장관급 협상에서 일본 측의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체류 일정까지 연장했지만 결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만나지도 못했다.

트럼프는 일본에 폭탄 발언을 내놨다. "일본과는 합의할지 의문시된다. 그들은 매우 완고하며 매우 잘못 길들여졌다(spoiled)"며 폭언에 가까운 비난을 했다.

최근 쌀값 급등에도 일본이 미국산 쌀을 수입하지 않는다는 노골적인 불만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일본에 대한 관세를 기존 24%에서 30% 혹은 35%로 올릴 수 있다고 했다. 그간 미국의 아시아 맹방을 자처했던 일본으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달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가운데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이시바 정권은 쌀 수입을 방어하고 자국의 핵심사업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거나 인하하는 것에 사활을 걸어왔다.

일본은 미국과의 상호관세 무역 협상에서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까지 함께 교섭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각국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일본의 요구에 선을 긋고 있다. 그는 6월 말 "일본은 우리 자동차를 사지 않는다"며 "하지만 우리는 수백만의 수백만에 이르는 그들의 자동차를 미국에 사 오는데 이는 불공정하다"며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관세를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출처: 닛케이아시아. 닛케이아시아는 트럼프 정권의 자동차 추가 관세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2일 보도했다. 관세 비용 흡수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6개사 중 4개사가 미국에서 가격 인상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과 베트남이 관세 협상을 타결했으나 일본이나 한국이 처한 상황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현지에 애플·나이키·인텔과 같은 미국 기업들의 생산시설이 많은 영향에 고율 관세는 결국 자국 기업을 때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46%에 달하던 상호관세가 20%로 낮아진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중국은 희토류로 미국의 집중포화를 견디는 모양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 희토류 생산량은 4천400만톤으로, 2위 국가인 베트남보다 2배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는 70%에 달하며, 특히 LED 조명·방사선 치료제에 쓰이는 이트륨 의존도는 9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토류가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셈이다.

일본과 한국엔 이 같은 무기가 딱히 없다. 한국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일본 때리기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어쩌면 불행히도 우리가 처한 상황이 더 나쁠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은 이란과 이스라엘 전쟁으로 트럼프가 G7 회의에서 서둘러 귀국하면서 불발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정상회담은 더 훗날을 기약하게 됐다.

실무 협상이 진행되고 있겠지만 이 대통령은 3일 기자회견에서 8일까지 협상을 끝낼 수 있을지 확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협상 진행 상황이) 매우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방위비라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사정도 있다.

온라인에서는 일본이 미국 국채라도 던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지만, 우리는 어떤 카드가 있는가. 약점에 무자비해지는 트럼프를 상대하는데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코스피 5,000시대를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당장 우리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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