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상반기 세계 최상위권의 수익률을 자랑하던 코스피가 하반기 들어 뚜렷한 동력 상실을 겪으며 박스권에 갇혔다.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세제 개편안 발표와 함께 식으면서, 시장의 시선은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2차 상법 개정안'의 향방에 쏠리고 있다.

올해 코스피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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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연합인포맥스 주요 지수 비교(화면번호 7203)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스탠더드 지수 기준으로 측정한 한국 증시의 상대 성과는 하반기 들어 급격히 악화됐다.

달러(USD) 환산 기준 한국 증시는 상반기 9위(60개국 중)에서 하반기 30위로 21계단이나 추락했다. 상반기 43.24%에 달했던 수익률이 하반기 들어 4.55%에 그친 결과다. 현지 통화 기준 순위로도 상반기 4위에서 하반기 29위로 급락했다. 한국이 주춤한 사이 주요국 중에서는 스페인, 일본 증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앞서나갔다.

시장은 부진의 원인을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우려와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내부 변수에서 찾고 있다. 상반기 랠리를 이끈 상법 개정 기대감으로 높아진 주가 수준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후속 정책인 세제 개편안이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정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을 제시했지만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오히려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강화하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한국 증시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최근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며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Underweight)'로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 프라임 브로커리지팀은 헤지펀드들이 한국에 숏 포지션을 늘리고 일본의 롱 베팅을 늘렸다고 분석하며 이 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한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는 "세법개정안 이후 한국 정부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외국인들 문의가 많이 온다"며 시장의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2차 상법 개정안'은 향후 증시의 흐름을 좌우할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처리를 예고한 '2차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분리선출 감사위원 2명으로 확대다.

특히 시장이 주목하는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1주당 1표'가 아니라,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뽑을 때 100주를 가진 주주는 300표를 얻어 이를 한 명의 후보에게 모두 행사할 수 있다. 이는 지분율이 낮은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대주주의 독주를 막고 자신들을 대변할 이사를 최소 1명이라도 이사회에 진입시키기 위한 장치다. 현행 상법은 기업이 정관을 통해 이 제도를 피해갈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개정안은 이를 의무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세제 개편안으로 정부의 자본시장 이해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만큼 이번 상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관철된다면 식었던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나며 증시가 상승 동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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