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외환보유액의 달러 자산을 활용해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가 크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서학개미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환율의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지만 높아진 환율 레벨 자체가 우려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재차 확인한 셈이다.

이 총재는 다만 쏠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국민연금 해외투자와 관련해서는 현행 제도를 활용할 여지는 상당하다며 4자 협의체를 통해 단기적으로 환율 안정 방안을 도출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레벨이 이미 시장에 알려진 만큼 상하단이 방어될 여지도 크다고 봤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연금을 활용하는 것이 분명해진만큼 전략적 환헤지 레벨인 1,480원 부근에서 상단 인식은 확고해졌다고 평가했다.

당국의 이같은 행보에다 최근 몇 거래일 사이 엔화 약세가 주춤해지고, 오는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큰 만큼 달러-원 롱심리가 크게 꺾였다고 딜러들은 평가했다.

이 총재는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환율 상승이 "과거와 패턴이 다르다"며 달라진 환율 여건 하에서 정부 개입의 모양새도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환율이 상승해 과거처럼 금융위기가 오거나 외채 문제가 발생하는 등의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또한 1,500원대 환율에 대한 걱정은 없는지 묻는 말에는 "레벨에 대해서 걱정은 당연히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총재는 대신 국민연금과 환율 안정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국민의 노후자산을 볼모로 하는 것이 아닌 "노후자산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금의 환헤지 전략이 연금이 수익성을 확보하는 차원에도 바람직하며 다만 그같은 전략이 외부에 알려져 시장이 이를 활용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술적, 전략적 환헤지 두가지를 병행하고 있어, 4자 협의체가 '중장기적인 수익성 확보 및 환율안정' 방안을 마련하겠지만 단기적으로도 활용은 어렵지 않다고도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에 이어 이 총재까지 환율안정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당국의 잇단 구두개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지난 26일에는 구 부총리 발언이 나왔을 때는 기대감이 너무 커서 되돌림이 있었다. 수급상 결제도 많이 나오면서 환율이 올랐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지나고 잠잠해지면서 확실히 위쪽 경계감이 커졌고 엔화가 마침 눌리면서 상단이 1,480원 정도로 확고해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딜러는 "국민연금 환헤지 전략 등이 언급되면서 롱심리를 제어하는 데 확실히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레벨에 대한 우려를 얘기하면 너무 선을 그어버리는 셈이 돼 레벨 타겟팅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달 중 환율이 1,430원 수준까지 내릴 수 있다면서 미국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풀리면 환율이 아래 쪽을 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른 은행의 외환딜러는 "당국자 발언에 롱심리가 어느 정도 꺾이고 상단도 정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전에 연금이 나왔던 것을 고려하면 1,470원 후반대에서는 확실히 상승세가 멈추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딜러는 "일본도 상단에서 개입할 수 있고 미국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면서 환율이 단기적으로 1,440원 중반대까지는 내릴 수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하방경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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