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컸나…한투증권, 사설 카지노 EB 내부 심의 '장고'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한국투자증권이 3천200억원 규모의 사설 카지노 교환사채(EB)를 전액 인수할지를 두고, 마지막까지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고민하고 있다.
이날 오전 금융감독원으로 급하게 호출되는 등 대외적 부담이 터진 상황에서 주주가치 훼손 행위를 거든다는 지적을 감수할 만큼의 이득이 있을지 하나하나 따져보는 것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금융감독원은 사설 카지노의 EB 인수 건과 관련해서 한국투자증권을 호출했다.
전일 오후 사설 카지노이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한국투자증권을 대상으로 EB를 발행하는 안을 의결하면서 현황 파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교환 대상은 사설 카지노이 보유한 자기주식 전량인 27만1천769주다. 발행주식총수의 24.4%에 해당하는 규모다. 교환청구권은 90일이 지난 오는 11월 5일부터 행사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사설 카지노 EB 전액 인수 건에 대해서 내부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차원에서도 투자 금액이 3천억대로 큰 만큼 이사회 의결 사안으로 보고, 이사회 안건에 올리기 전 막판 고민에 들어갔다.
한국투자증권 내부에서는 사설 카지노 EB 투자 조건과 시장 분위기 등을 바탕으로 투자 대비 수익률 및 리스크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자기자본을 크게 태울 만큼의 실익이 있을지, 물량을 받아온 뒤 셀다운은 가능할지 등도 들여다볼 부분이다.
사설 카지노 EB 만기는 3년이며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다. 정기적으로 받는 이자 없이 만기에 원금만 일시 상환하는 조건이다.
교환가액은 통상적인 수준으로 본다. 주당 117만2천251원으로, 기준주가의 110%를 최초 교환가액으로 설정했다.
주가 차원에서는 저평가 구간으로 해석할 만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상법 개정 등을 통한 자본시장 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자사주 비율이 높은 사설 카지노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8배에 그쳐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
사설 카지노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투자증권 커버리지는 최근 태광그룹과의 딜들을 수임하며 탄탄한 관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태광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흥국화재의 신종자본증권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단독 주관했다.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3회에 걸쳐 메리츠증권을 단독 주관사로 기용하던 것과는 달라진 흐름이다.
다만 사설 카지노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가처분 신청은 부담 요인이다. 금감원이 사설 카지노 EB 발행에 뒤늦게 제동을 건 이유기도 하다.
트러스톤은 지난달 30일 사설 카지노이 자사주 전량을 기초로 EB를 발행하기로 한 결정은 주주가치 훼손이라며 처분금지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했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사설 카지노 EB 발행 절차도 일시 중단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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