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 이후 전세계 무역과 경제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자유무역과 연결'에서 '보호무역과 단절'로 요약된다.

미국은 제조업 부활을 위해 자국 내 생산을 강요하고 있고,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외국산 상품의 자국 내 시장 점유율을 떨어뜨리려 한다. 미국 기업의 첨단 기술이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에 우회적으로도 사용되지 못하도록 각종 제재를 도입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 등도 미국에 대응해 고율 관세를 통한 무역 장벽을 세우고, 자국 핵심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책을 꺼내 들고 있다.

세계 공급망의 분절은 불행히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고 해도 현 추세가 급격하게 바뀌리란 보장은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추세에서 주목을 받는 이슈는 '경제적 급소' 즉, 초크 포인트(choke point)다. 맥락에 따라 병목현상으로도 해석된다. 각 경제와 공급망이 분리되면서 '급소'가 부각됐고, 이에 따라 자국 핵심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의 급소를 쥐고 있는지, 자국 산업에 급소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없애야 할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적 급소는 희토류다. 미국의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는 2020~2023년 기준 70%에 달한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대상을 확대하고, 희토류 및 관련 기술을 이용해 생산되는 제품도 통제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분노했다. 하지만 분노는 오래가지 못하고 "100% 관세는 지속 불가하다"며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시장에서는 '타코(TACO·도널드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 트레이드'가 일었다.

희토류는 채굴과 제련 과정에서 상당한 환경오염·파괴를 가져오기 때문에 중국보다 환경문제에 민감한 선진국에서는 대규모로 개발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는 AI 및 기술 산업의 주요 초크 포인트로 꼽힌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알파인 매크로 전문가를 인용해 획기적인 기술 혁신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병목 현상(초크 포인트)이 발생하는 지점과 G-2, 즉 미중 경쟁이 글로벌 기술 흐름을 어떻게 재편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알파인 매크로의 헨리 우 전략가는 "리소그래피, 메모리, 로직 제조(fabrication) 등 AI 공급망의 병목 지점에 있는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승자가 될 것"이라며 "여기에는 SK하이닉스, 삼성, TSMC, 엔비디아, ASML, AMD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이 기술 분야의 초크 포인트를 극복하고 다른 나라에 종속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했다.

SCMP는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고, 향후 5년간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회의인 4중전회(10월 20~23일)를 앞둔 시점에 이와 같은 사설이 나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인민일보는 "핵심기술을 우리 손안에 단단히 쥐고 있어야 경쟁과 발전에서 진정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며 "초크 포인트(우리의 급소에 해당하는) 기술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때마다 억압에 맞서는 두려움 없는 정신과 인내심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SCMP는 반도체 제재를 받았던 화웨이가 수년간의 독자적인 노력 끝에 복귀를 할 수 있었다고 중국이 자평하고 있지만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 첨단 전자 설계 자동화(EDA) 툴에서는 아직 중국이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중국의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과 생산력을 갖춘 선진국형 제조업 국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 분야에 한정돼 있다는 점, 자동차와 조선은 미국의 보호주의와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 불안 요인이다.

AI 기술 혁신으로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향후 어떤 분야가 글로벌 공급망의 급소로 떠오를까. 해당 분야에 얼마나 적절한 포지셔닝을 하는지가 국가와 기업의 명운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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