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울채권시장은 새해 1분기 기준금리 인하를 이미 기정사실로 반영 중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불확실성 탓에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연합인포맥스 FRA 기준금리 예측 모델(화면번호 4540)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반영한 콜금리는 2월초 2.769%로, 3월초에는 2.631%로 떨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월과 2월에 각각 있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현 기준금리(3.0%) 대비 한 차례(25bp) 이상의 인하가 있을 것임을 반영한 수준이다. 해외 투자은행 한곳이 올해 우리 성장률 전망치를 1.3%까지 낮춘 데다 단기간에 해소가 쉽지 않은 정치 불확실성, 갑작스러운 항공기 사고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까지 경기 상황이 어두운 점을 반영한 결과다. 통화정책을 빼고는 가용 수단도 마뜩잖다. 외부에서는 추경 압력이 높지만, 정부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연초 채권시장의 금리인하 기대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은 우선 환율이 있다. 달러-원 환율은 작년 말 1,486원까지 높아졌다가 새해 들어 1,444원까지 빠지는 등 여전히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 가능성과 외환당국 개입 경계가 환율의 급등 압력을 완화하고 있지만 글로벌 달러 방향과의 동조화를 완전히 단절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오는 20일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전후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미국 방송 CNN은 당선인이 동맹과 적을 가리지 않는 보편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보도했다. 취임 전 관세 부과의 강도가 예고 수준보다 약할 것이라는 보도로 강세 폭이 간간이 꺾이는 모양도 나타났지만, 미 국채 장기금리가 전고점에 다가설 정도로 오르면서 달러의 강세 추세를 더 강화하는 모양새다.

두 번째 장애물은 미국 금리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다. 최근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한때 연 4.70%를 넘기면서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다. 작년 9월 연 3.60% 수준까지 빠졌던 10년물 금리의 반등은 트럼프 공약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재점화가 땔감이 되고 있다. 연준의 2% 물가 목표치는 3년 넘게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또 연준은 지난해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00bp나 인하하면서도 올해 금리 인하 폭 전망치를 기존 100bp에서 50bp로 절반이나 깎았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지난달의 금리 인하를 통화정책 재조정의 '최종단계'로서 지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채권시장은 연준보다 더 낮은 한 차례 인하만을 바라보는 시각도 등장 중이다. 미국 경제와 증시가 계속 좋고, 높은 국채 수익률이 유지된다면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투자자의 달러 표시 자산 매입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 이는 환율 상승 압력이다.
현재 10년 만기 우리 국고채 금리는 연 2.70%대다. 국내 금리는 경기 상황과 한국은행의 인하 기대로 미국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환율을 다시 자극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물가뿐 아니라 금융안정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비기축통화국의 중앙은행은 힘겹다. 글로벌 금융 상황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자본이동과 환율 변동성이 큰 데다 외환시장에서 최종 대부자 역할도 제한될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달 이창용 한은 총재는 1월 빅컷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데이터를 봐야겠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1월 금통위까지 수집될 데이터가 한국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여줄지 모르지만, 불씨 하나가 온 초원을 태운다는 말이 있듯이 트럼프 불확실성을 앞둔 시점에서는 다른 때보다 신중한 태도가 필요할 때임은 분명하다.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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