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국채 금리가 경제 지표 둔화와 중동 갈등 격화 속에 장기물 중심으로 하락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안전자산의 지위에 의구심을 낳았지만, 위상이 다시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연합인포맥스의 해외금리 일중 화면(화면번호 6532)에 따르면 17일(미국 동부시간) 오후 3시 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오후 3시 기준가보다 6.30bp 내린 4.3910%에 거래됐다. 만기가 가장 긴 30년물 국채금리는 4.8920%로 6.3bp 낮아졌다.
간밤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더욱더 고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하루 단축해 캐나다에서 급거 귀국한 뒤로 중동
사태에 대한 미군의 개입 가능성이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숨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면서 "그는 쉬운 표적(easy target)이지만 거기서 안전할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지금은 그를 제거(살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이)민간인이나 미군을 겨냥해 미사일을 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인내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미국 소매판매 지표가 부진하며 경기 우려를 키웠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5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9% 줄었다. 지난 2023년 3월(-1.1%) 이후 가장 크게 줄어든 것으로, 시장 예상치(-0.7%)도 밑돌았다. 전달치는 0.1% 증가에서 0.1% 감소로 하향됐다.
이처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경기 불안이 커지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난다. 간밤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증시가 뉴욕증시 3대 지수 기준 일제히 하락하고,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오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기능한 것은 불과 며칠 전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틀 전인 15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첫 공습 보도 이후 상승 압력을 받았다. 이란이 미사일 보복에 나서며 사태가 악화하는 가운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당일 7bp 가까이 오르며 장을 마감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고문 등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틀 사이 미국 국채에 대한 평가가 뒤바뀔 수 있었던 것은 연이은 장기 국채 입찰에서 계속해서 견조한 수요가 확인된 데다 관세 불확실성과 국채 공급 확대에 대한 우려도 각각 제한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지난 11일 10년물 국채 입찰과 12일 30년물 입찰에 이어 16일 20년물 입찰까지 연이은 장기물 입찰에서 견조한 수요가 확인됐다. 투자자들이 여전히 미국 국채를 신뢰한다는 신호가 세 차례 연속해서 확인된 셈이다.
특히, 가장 최근 입찰된 20년물은 이표채 가운데 인기가 가장 떨어지지만, 응찰률이 2.68배로 전달 2.46배에서 상승했다.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로, 이전 6회 평균치 2.63배도 웃돌았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과 관련한 일부 극단적인 요소들이 완화되고 있고, 국채 공급 확대에 대한 추가적인 소식이 없는 것도 금리 하락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진단됐다.
국채 수급과 관련해서는 이미 알려진 재료이기는 하지만 간밤 연준 이사회(FRB)가 오는 25일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개정에 대해 제안된 개정안들을 논의하는 회의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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