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진정호 특파원 = 미국 5월 소매판매 결과를 두고 월가 전문가들은 아직 관세의 여파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소비자들은 소비에 더 신중해지고 있다고 대체로 평가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소매판매(소매 및 식품 서비스 부문)는 7천154억달러로 전달 대비 0.9% 감소했다. 지난 2023년 3월(-1.1%)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시장 예상치 0.7% 감소 또한 하회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수석 부대표는 "관세 발표는 고가 소비재, 특히 자동차 구매 시점에 분명한 영향을 미쳤지만, 아직 관세로 전반적인 소비 지출이 위축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는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는 관세가 실질 가처분 소득에 부담을 주면서 더 뚜렷한 소비 둔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해군연방신용협동조합(NFCU)의 헤더 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인들은 지난 3월 관세 발표 전에 자동차를 구매했고 5월에는 딜러 매장을 기피했다"며 "가계는 가격 상승을 우려해 지출에 훨씬 더 신중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사람들은 지금 할인 상품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며 "충분히 좋은 조건이 아니면 구매를 꺼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사무엘 톰즈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가장 큰 가격 상승은 7월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관세의 전체적인 영향은 연말까지 점진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소비 증가세는 여전히 견고해 보이지만 관세로 여름 내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연말까지 소비가 상당히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일부 경고 신호가 나타났다"며 이번 수치가 그런 경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5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급감했으나 핵심 소매판매 지표인 '컨트롤 그룹(control group)'에선 여전히 긍정적인 면이 확인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컨트롤 그룹은 변동성이 큰 자동차와 휘발유, 건축자재, 음식 서비스를 제외한 지표로 5월에 전월 대비 0.4% 증가했다. 이 지표는 미국 국내총생산(GDP) 산출에 쓰인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브래들리 손더스 북미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컨트롤 그룹의 증가와 전월 수치의 소폭 상향 조정은 전반적인 소비가 여전히 건전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손더스는 "5월 소매판매의 부진은 대부분 관세 회피 수입이 끝나면서 나타난 일시적 영향과 미국 동부 지역의 비정상적으로 많은 강우 때문"이라며 "이런 영향은 6월에 되돌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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