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슬롯커뮤니티 컨퍼런스…"기본예탁금 등 규제 풀고 ETF 생태계 구축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한국거래소가 글로벌 시장의 최대 화두인 '제로데이 옵션'과 '가상자산 선물' 도입을 추진한다. 한때 세계 3위 규모를 자랑했지만 장기 침체에 빠진 국내 파생상품 시장의 재도약을 위해서다.
박상욱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상무는 29일 '한국 자본슬롯커뮤니티 컨퍼런스' 토론에서 "위클리 옵션의 요일물을 모든 요일로 확대해 제로데이 옵션으로 가는 것을 고민 중에 있다"며 "개별 주식 선물뿐만 아니라 옵션 도입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상자산 선물은 가상자산 ETF 도입과 병행하는 거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상품 로드맵을 공개했다.
제로데이 옵션은 만기가 당일인 초단기 옵션을 말한다. 만기일에는 옵션 가격이 매우 저렴해 소액으로 참여할 수 있는 데다 기초자산이 조금만 예상대로 움직여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미국 등 글로벌 슬롯커뮤니티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
거래소의 행보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40%대에서 8% 이하로 급감하는 등 위축된 슬롯커뮤니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거래소의 혁신 방향을 환영하면서도,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고질적인 문제 해결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규제 완화'가 꼽혔다.
박상욱 상무 스스로도 "가장 큰 문제의 핵심은 기본예탁금으로 대표되는 금융적 진입 장벽"이라며 "원점에서 고민을 해봐야 되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당국과 계속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균 삼성증권 이사는 "노후를 위한 금융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위험 헤지를 위해 파생상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상품에 대해서 '고난도 투자 금융 상품'이라는 틀로 굳이 묶어야 되겠느냐, 규제를 일정 부분 완화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ETF와의 '건강한 생태계' 구축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최창규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는 "왜 한국에는 미국처럼 다양한 구조의 ETF가 없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며 하방 위험을 막아주는 '버퍼 ETF'를 예로 들었다. 그는 "코스피200을 기초로 한 한국형 버퍼 ETF 출시가 업계에서 논의되고 있다"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 이사는 "가장 (선결) 과제는 다양한 파생 상품이 상장되고, 그 파생 상품의 기본적인 유동성이 어느 정도는 보강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식 파생뿐만 아니라 소외된 다른 슬롯커뮤니티의 균형 발전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균 이사는 "우리나라 장내 채권 선물 슬롯커뮤니티은 3년물과 10년물에 국한된 매매가 상당히 집중돼 있다"며 단기·초장기물 슬롯커뮤니티의 활성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장근혁 자본슬롯커뮤니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이후 외국인들의 채권 수요가 들어오면 (30년물 등) 금리 구조도 완화되고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전문가의 조언도 이어졌다. 팀 브레넌 S&P 다우존스 인덱스 글로벌 헤드는 K-파생상품 슬롯커뮤니티의 재도약을 위한 핵심으로 '투자자의 긍정적인 경험'을 꼽았다.
그는 "투자자가 매번 돈을 버는 '긍정적인 결과'가 아니라, 손실을 보더라도 공정한 슬롯커뮤니티에서 거래했다는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 경험을 하는 한 개인 투자자들은 슬롯커뮤니티에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레넌 헤드는 이어 "한국은 미국, 네덜란드와 더불어 파생상품에 대한 '타고난 열망(natural hunger)'이 있는 몇 안 되는 슬롯커뮤니티"이라며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규제 다이얼을 너무 강하게 돌리면 시장 전체가 멈출 수 있다"며 과잉 규제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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