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무섭다. 실물 경제는 냉랭한 상황이나, 자본시장은 뜨겁다. 주식을 샀다가 자칫 손해 볼 수 있다는 우려보다 이번 강세장에 동참하지 못할까 걱정하는 두려움이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 2,399포인트에서 전일 3,838.68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작년 말과 비교해 62% 가까운 바카라커뮤니티률이다. 주요국 주가 바카라커뮤니티률 중에서도 사실상 톱이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 주가는 5만3천200원에서 9만8천600원으로 85% 급등했고,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177%나 폭등했다. 코스닥지수도 올해 들어 30%가량 올랐다.
이 같은 주가 상승률은 집값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2주(10.13일 기준)까지 서울지역 아파트값의 누적 상승률은 6.11% 정도에 그친다. 주택가격 상승을 주도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는 송파구(15.22%), 과천시(14.11%), 성동구(13.86%), 분당구(11.57%), 마포구(10.79%) 지역의 매매가격 상승률도 주가 상승률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 3명 중에서 1명이 향후 유리한 재테크 방법으로 주식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설문 응답자의 31%가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재테크 방법으로 주식을 꼽았다. 반면 부동산은 23%에 그쳤다. 갤럽이 2000년부터 25년간 이어온 설문조사에서 줄곤 국민의 재테크 1순위로 꼽혔던 부동산이 주식에 왕좌를 내줬다.
이재명 정부 들어 한층 강화된 대출한도 축소 등 부동산 규제정책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방증이다. 정부의 '코스피 5천시대 실현'이라는 정책 기조와 맞물려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을 억눌러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시장에서 자본시장으로 '머니 무브' 현상이 강화되면서 한국거래소의 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이 늘어나고,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들이 금융거래를 위해 증권사에 맡기는 자금인데, 연초 57조원 수준에서 지난 22일에는 80조원을 훌쩍 넘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한다면 이러한 흐름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을 투기의 수단이 아니라 민생과 직결되는 주거 안정의 수단으로 삼고, 각종 규제의 효과와 수용성을 여러 방면에서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
경제의 근본은 실물경제에 있다는 점에서, 최근 뜨거워진 금융시장에 비해 차가운 실물경제의 온도를 높이는 정책 기조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즉 기업 주가가 높아진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기업의 실질적인 펀더멘털을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자본시장에서 건전한 투자환경이 정착되도록 하는 것도 숙제다. 최근 주가가 상승하면서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규모도 덩달아 급증하는 모양새다.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벌써 24조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죄악시하는 부동산 불패 신화도 경계해야 하지만, 주가가 계속 상승할 것이란 인식에 근거한 묻지마 투자 또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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