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과 함께 '수급의 한 축'으로 부상…밸류에이션 부담도 덜어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4천 시대'를 연 코스피 랠리의 배경에는 외국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랠리도 있었다.
27일 연합인포맥스 자사주 매입 통계(화면번호 3507)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상장사들의 자사주 순취득(매수-매도) 규모는 무려 18조1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순취득액(9조5천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러한 자사주 매입 랠리는 증시 전반에 긍정적인 수급 요인으로 작용했다.
◇'수급의 한 축'으로 부상…밸류에이션 부담도 덜어
역대 최대 규모로 유입된 자사주 매입 자금은 증시의 견고한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하며 수급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에 풀린 유통 주식 수를 직접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효과는 물론 매물 부담을 완화하는 완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코스피가 4,000선을 향해 달려오면서 제기됐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자사주 소각으로 EPS가 개선되면 주가수익비율(PER) 등 밸류에이션 지표가 낮아져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상법 개정이 완료되고 관련 제도가 안착한 이후에는 이러한 주주환원 흐름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내년 증시에서도 중요한 투자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자사주의 마법'은 끝났다…경영권 방어에서 주주환원으로 패러다임 전환
올해 나타난 자사주 매입 급증은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기업들이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며 경영권 방어 수단이나 계열사 지원 등 '우호 지분'으로 활용했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정부와 국회가 속도를 내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입법 추진이 있다. 현재 국회에는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신규 취득분은 물론 기존 보유분까지 소각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임직원 성과 보상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자사주 소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자사주 소각이 제도화되면 기업들은 더 이상 자사주를 '마법'처럼 활용해 지배력을 손쉽게 강화하기 어려워진다.
자사주를 이용한 인적분할, 계열사 간의 맞교환을 통한 의결권 부활 등 소액주주들의 비판을 받아왔던 관행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실제로 올해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기업 수는 지난해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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