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2012년 화력발전 사업은 블루오션으로 꼽혔다. 정부의 제6차 전력수급계획 발전사업이 발표되자 기업들은 앞다퉈 발전소를 짓겠다며 몰려들었다.

10여년이 흐른 현재, 석탄 발전소는 반환경 사업의 주범으로 명성을 달리했다. 환경단체는 민자 석탄 발전소의 조기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자금 조달도 쉽지 않아졌다.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준공부터 상업운전 개시까지 상당한 투자비가 들어가지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으로 대형 기관들의 투자가 제한되면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직격탄을 맞은 건 삼척블루파워다. 삼척블루파워는 국내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로, 지난해 5월 1호기 상업 운전을 개시했다. 지난 1월에는 2호기의 상업운전도 시작됐다.

삼척블루파워는 민자 석탄 발전 프로젝트 중 유일하게 회사채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했다. 사업 개발 초기 단계까지만 해도 회사채로 저금리 조달이 가능했던 데다 금융기관과 총액인수 확약 계약까지 맺으면서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ESG 열풍이 거세지면서 회사채 조달 리스크가 배가되기 시작했다. 주요 우량 기관들이 반환경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면서 수요 확보가 쉽지 않아졌다. 총액인수 확약을 맺었던 증권사들 또한 탈석탄 움직임에 동참하면서 슬그머니 발을 빼기 시작했다.

결국 이달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발행에서는 그동안 주관사단으로 이름을 올렸던 주요 증권사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계약이 끝나자 키움증권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가 더 이상 총액인수 확약을 맺지 않기로 한 것이다.

민자발전은 상업운전 개시까지 오랜 준비 기간이 걸리는 사업이다. 더욱이 전력의 주요 공급원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삶과도 직결된다.

이를 모두 고려해 정부는 지금으로부터 10년도 전에 전력 수급계획을 세우고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 ESG 이념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를 폐기할 경우 이를 대체할 전력 공급원은 없는 실정이다.

삼척블루파워의 경우 노후화된 발전소를 대체하면서 환경 측면에서 이전의 발전소 대비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ESG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하지만 모든 반환경 사업 투자를 배제하는 방식이 도리어 ESG의 이념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이에 ESG 열풍이 먼저 불었던 해외에서도 반환경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방식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환경 기업의 조달을 가로막는 게 오히려 친환경 전환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우려다. ESG 사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한데 반환경 기업으로 낙인찍히면서 자금 마련조차 쉽지 않아진 여파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반환경인 곳들은 여전히 많다. 무조건적인 배제와 비판보다는 친환경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는 접근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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