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및 신흥 시장 공략으로 대미 수출 감소율 만회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자동차 수출의 호시절을 지나고 나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왔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다'는 그는 관세를 꺼내 들었고, 그 영향은 서서히 우리나라에 걱정거리를 키웠다.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액 감소율이 관세 국면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그래도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은 올해 선전 중이다.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에서의 활동을 강화한 부분이 성과를 보였다. 향후 미국 관세 리스크 해소와 함께 시너지를 나타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액은 올해 들어 5월까지 총 300억2천2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5% 감소했지만, 연간 역대 최대 실적을 낸 2023년보다는 많다. 앞으로 쌓이는 수출액에 따라 3년 연속 700억달러 돌파를 넘보게 될 전망이다.
올해 들어 대미 자동차 수출이 16.6%나 줄었다. 지난달에는 관세 국면 이후 가장 큰 27.1% 감소율을 보였다. 그래도 전체 자동차 수출의 변동성이 출렁이지 않은 이유는 수출 다변화에 있다. 유럽연합(EU) 및 기타 유럽, 아시아, 중동, 중남미로의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신시장 개척이 빛을 보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유럽의 친환경차 구매 트렌드를 맞추고자 관련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아이오닉 5와 코나 일렉트릭 등 상품성을 인정받은 차량에 더해, 이제는 제네시스로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네덜란드 럭셔리 자동차 시장까지 노린다. 체코에 생산 기지가 있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현지 법인을 통한 판매망도 강화했다. 중앙아시아와 중남미 등 자국 완성차 기업이 없는 곳을 선점하려는 노력도 상당하다.
KG 모빌리티는 작년에 유럽 직영 판매법인을 새로 세웠다. 최근에는 무쏘 EV(전기차)와 토레스 하이브리드(HEV)를 독일과 스페인, 헝가리, 노르웨이 등으로 보냈다. 중남미에서는 관용차 등 대량 구매 시장에 공을 들였다. 르노코리아와 한국GM 역시 본사 전략에 맞춰 국내 공장을 활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미국으로의 판매 쏠림을 러시아로 극복하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돌발 변수를 맞기도 했다"며 "관세 국면에서 다변화 전략이 큰 경험이자 도전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대로 수출 다변화가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은 불안 요인이고,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저성장 불확실성까지 여전하다. 당국과 업계가 모두 추이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오는 하반기에 대미 자동차 관세를 최대한 낮추는 시나리오가 우리로서는 최상이다.
권은경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조사연구실장은 "과거에는 우리나라가 저가형 세단을 파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고가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전기차, 하이브리드로 갔다"며 "이를 받아줄 소비층을 갖춘 시장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 대미 자동차 관세 협상에서 관세율을 0%로 만들지 못하더라도 경쟁국 대비 우위의 상황을 점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에서는 중고차의 비중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미국 외 국가에서 중고차가 갈수록 많이 팔린다. 자동차 수출 산업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요소는 늘어나는 상태다.
권 실장은 "신차 입장에서는 품질이 나쁘지 않은 중고차가 해외에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면 상호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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