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초대형급 은행들에 적용되는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을 하향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이들 은행의 미국 국채 매수 여력에 관심이 쏠린다.

연합인포맥스가 26일 주요 은행들의 기본자본(Tier 1 capital)을 토대로 SLR 규제 완화에 따른 미국 국채 매입 여력을 추산한 결과, 최대 큰 손으로 분류되는 JP모건을 비롯해 대형 3개 은행이 최대 4조 달러에 가까운 미국 국채를 추가로 사들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준 이사회(FRB)는 간밤 회의를 열고 글로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에 적용되는 이른바 '강화된'(enhanced) SLR(eSLR)을 낮추는 방안을 가결했다. GSIB 지주회사에 적용되는 eSLR은 종전 5%에서 3.5~4.5%로, 각 은행 자회사가 충족해야 하는 eSLR은 6%에서 3.5~4.5%로 낮아지게 된다.

기존 은행 자본 규제가 위험가중자산을 토대로 자본 적정성을 측정하는 것과 달리 SLR은 '총레버리지 익스포저'를 토대로 작성한다. 즉, SLR은 자산의 위험도와 무관하게 총 노출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의 기본자본을 요구한다.

여기서 SLR이 낮아지게 되면 총자산 노출이 그대로인 경우 요구되는 자본은 줄어들고, 은행이 자본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면 자산을 늘릴 수 있다.

채권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GSIB 같은 채권시장 큰 손의 미국 국채 추가 매입 여력이다.

통상 은행들은 금리 방향과 듀레이션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고, MBS와 회사채 같은 기타 자산과의 포트폴리오 균형도 맞춰야 하므로 모든 자산을 미국 국채로 채우지 않는다. 실제 지난 2020년 SLR이 완화됐을 당시 주요 은행들은 추가 여력의 일부를 미국 국채 매입에 활용했지만, 100%로 채우지 않았다. 당시 업계에서 추정한 대형 은행들의 미국 국채 매입 비율은 전체 여력의 20~40% 선이었다.

이를 통해 이번 SLR 완화에 따른 미국 국채 확대 규모를 보수적(30%) 또는 적극적(70%)인 경우로 나누어 추정할 수 있다.

JP모건이 최근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현재 은행(자회사 기준)의 기본자본은 2천991억 달러다.

자료 : JP모건

연합인포맥스가 이를 토대로 SLR이 최대 3.5%로 낮아지는 것을 전제로 계산한 결과 추가 익스포저는 2조5천600억 달러(이론상 최대 매입 규모)가 된다. 이 가운데 은행이 익스포저 증가분의 30%만 미국 국채로 배분한다면 7천700억 달러, 공격적으로 70%를 배분하면 1조7천900억 달러를 사들이게 된다.

다른 대형 기관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해 1분기말 현재 기본자본으로 2천217억 달러를 갖고 있다. SLR을 3.5%로 적용하면 이 은행은 미국 국채를 5천700억달러(30% 배분)에서 1조3천300억달러(70% 배분)까지 사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기본자본이 1천755억달러에 달하는 씨티그룹은 추가 익스포저가 1조5천억 달러로, 미국 국채를 4천500억 달러에서 1조530억 달러까지 추가 매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대형 3개 기관이 이번 규제 완화의 목적을 고려해 가능한 한 미국 국채를 적극적으로 편입한다면, 단기적인 시장 안정은 물론 구조적인 미국 국채 수요의 기반도 강화할 수 있다.

페셋의 토마스 그래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은행의 보충 레버리지 비율이 어느 정도 완화된다면, 은행은 더 많은 국채를 매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미국 국채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생긴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주요 은행의 시나리오별 미국 국채 매입 추정치
자료 : 연합인포맥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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