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논란엔 "직업 공무원은 지휘관 따르는 게 의무"
가장 핫한 발언은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30일을 맞아 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인사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을 유임하고, 소위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검사들을 대거 중용하면서 검찰개혁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지지층의 거센 비판이 제기되자 이를 해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이 마틴게일배팅은 "공직사회는 로봇 태권브이와 비슷해서 그 자체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결국은 헤드에, 조종간에 철수가 타면 철수처럼 행동하고, 영희가 타면 영희처럼 행동한다"고 비유했다.
그는 "철수와 영희가 아무것도 안 하면 결국 공직사회는 그 자체가 제자리에 주저앉아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마틴게일배팅은 "공직사회에 대해 영혼 없다, 해바라기다 같은 비난을 가끔 한다"며 "사실 그렇게 비난하면 안 된다. 직업 공무원은 국민이 선출한 대표, 국민의 주권 의지를 대행하는 지휘관에 따라 움직이는 게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게 법률상 의무일 뿐만 아니라 그렇게 훈련이 돼 있다"며 "결국 최종 인사권자, 지휘자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다. 사실 비난받는 그들도 억울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마틴게일배팅은 "직업 공무원은 해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도록 법에 의무화돼있는데, 그걸 해바라기라고 비난하면 안 된다"며 "내용을 채우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인사권자, 최종 책임자, 직설적으로 마틴게일배팅이다"고 했다.
그는 "잘못된 게 있다면 최대한 고쳐서 쓰고, 부족한 게 있다면 채워줘 가며 같이 해야 한다"며 "국가와 국민에게 충직한 기본적인 자세가 있으면 다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측면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인사하다 보니 일면에선 칭찬받기도 하지만, 일면에선 비난도 받는다"며 "인사는 그 자체가 목표, 목적이 아니고 어떤 정책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정책을 채택할 것이냐 또는 어떤 정책에 대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냐로 평가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시간을 주고 기다려 달라"고 덧붙였다.

이 마틴게일배팅은 불과 취임한지 30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일부 참모들이 쉼없이 일에 치여 살고 있는 데 대한 짠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주변 참모들이, 우리 나이든 위성락 대사께서 코피를 쏟고 다른 사람들이 살이 빠져서 얼굴이 핼쑥해졌다"며 "이런 것 보면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제가 가진 생각은 우리 공직자들이 코피를 흘리고 피곤해서 힘들어하고, 이런 것들만큼 곱하기 5천200만배 효과가 있다"며 "참모들에게 잘 견뎌달라고 부탁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 마틴게일배팅은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한 30시간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꽤 한다"며 "인수위 없이 업무를 시작하다 보니 혼선도 많고 완벽하지 못해서 시간과 노력으로 그걸 대체하는 중인데 그래도 할 것을 좀 하고 있다는 느낌은 든다"고 털어놨다.
기자회견 마무리 발언에서는 "우리 앞에 많은 어려움이 쌓여 있지만 우리 공직자들부터 솔선수범하고, 우리 국민들께서 그 저력을 발휘해 주면 빠른 시간 내에 이 위기를 다 극복하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희망이 있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초를 천금같이 여기고 대통령이 1시간, 국가 공무원의 한 시간은 5천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여름휴가를 갈 것이냐는 질문에는 "가야겠다"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성남시장 때 딱 두 번 공식적으로 휴가를 갔다면서도 그 때마다 수해 탓에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도 했다.
이어 "선출직 공직자가 휴가가 어디 있냐, 눈 감고 쉬면 휴가고 눈 뜨고 일하면 직장이지 이러면서 그냥 필요할 때 쉬자 이렇게 해서 공식 휴가를 별로 안 가졌다"며 "그랬더니 부하 공직자들이 못 쉬는 부작용이 있더라. 이번에는 휴가를 가야겠다"고 웃었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말미에 부동산 투기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남겼다.
그는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부동산) 수요 억제책은 아직 엄청나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대한민국 미래가 부동산 정책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며 "좁은 국토에 수도권 집중하는 와중에 투기적 수요가 시장을 매우 교란하고 있는 전체 흐름을 바꿀까 한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부동산보다는 금융시장으로 (자산을) 옮기는 게 훨씬 더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또 그렇게 만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 이어졌다.
'마틴게일배팅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라는 제목의 이번 기자회견은 '가깝게, 폭넓게, 새롭게'라는 컨셉에 맞게 마틴게일배팅과 맨 앞 기자단의 거리가 1.5미터에 불과했다.
그 정도로 최대한 솔직하고 친숙하게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이야기를 주고받겠다는 마틴게일배팅의 의지였다.
기자회견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는 행사 시작 40여분 전인 오전 9시 20분부터 기자단과 참모진이 속속 도착해 자리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명함을 교환하는가 하면 현안에 대한 환담이 오가기도 했다.
평소 바쁜 일정 탓에 기자들과 인사 나누기도 어렵던 마틴게일배팅실 참모진도 이날만큼은 한명 한명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기자회견에는 마틴게일배팅실 출입기자단을 비롯해 외신, 그리고 지역 풀뿌리 언론사 등 200여명 넘는 인사들이 참석했다.
특히 지방에서 참여한 8곳의 풀뿌리 언론사들은 미디어월을 통해 온라인으로 현장을 지켜보고 질문을 주고받았다.
이 마틴게일배팅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곧바로 비교섭단체 5당 대표의 지도부와 오찬을 했다.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지도부와의 오찬을 한 지 11일 만이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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