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이들의 공통점은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경제 대국이면서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란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2024년도 국가별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독일이 3위, 일본이 4위, 영국이 6위, 프랑스가 7위를 기록했다.

이들 5개 국가의 GDP는 전 세계 GDP의 40%에 달한다. 이들은 이탈리아, 캐나다와 함께 세계 7대 주요 선진경제국(G7) 회원국이면서, 국제적으로 정치·경제 등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마치 선진국에서 번지는 풍토병처럼 해당 국가들이 재정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부국이란 찬사가 무색할 정도다. 일부 국가들은 정부 부채가 많고, 앞으로도 쉽게 해결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채권시장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받는 처지다.

지난 8일 채권시장에서 일본의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0.11%포인트 이상 치솟으며 장 중 한때 3.1%를 넘었다. 일본은행(BOJ) 기준금리가 연 0.50%로 여전히 제로금리 수준인 상황에서 초장기금리가 3%를 웃돈 셈이다.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재정 확대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반영된 탓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4% 초중반에서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9월께 3%대 중반대로 낮아졌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실시하는 감세정책과 재정 확대가 결과적으로 재정을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작용하면서 오히려 높아지는 모양새다.

지난 2일에는 영국 채권시장이 한바탕 요동쳤다. 영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4.6296%까지 치솟으면서 하루 만에 16bp 급등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재정준칙을 강조했던 레이철 리브스 장관의 거취를 묻는 말에 즉답을 피하면서 재정 우려를 키웠기 때문이다. 재정개혁이 후퇴하면서 국가부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국채금리 변동성을 키웠다.

독일과 프랑스도 비슷하다. 독일에서는 지난 3월 정부의 대규모 '돈 풀기' 정책으로 국채 투매가 촉발됐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작년 12월 재정적자 우려와 정치적 위기 등을 이유로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2에서 Aa3으로 강등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물론 이들만큼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나마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그러나 세수가 꾸준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재정투입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런 여건을 감안해 우리나라도 13조8천억원 규모의 1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31조8천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을 집행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위에서 언급한 선진국처럼 재정이 어렵다 보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빚을 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상임위원회 위원장·간사들과 만찬 회동에서 "재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 쓸 돈이 없었다. 추경에 20조원가량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제는 우리의 재정 여건을 개선하지 못하면 현재 선진국 채권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채권자경단이 서울채권시장에도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국채금리가 추가로 올라 재정 여건은 더 나빠진다. 아직은 괜찮다고 마냥 안심하기보다 재정적자를 너무 오랫동안 방치하면 언젠가 채권자경단이 찾아오고, 그동안 돈 풀기가 경기회복에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편집국장)

eco@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3시 4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황병극의 파인앤썰] 시험대 오른 이재명式 정책 < 황병극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