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명 정부의 위기 대응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마치 민주당 출신의 이재명 정부의 출범을 기다리기도 한 듯 부동산시장의 공습이 시작됐다. 서울 주요 지역의 집값이 치솟으며 하루아침에 '벼락거지'가 될 것이란 악몽이 되살아나고 여기저기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광풍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부동산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1월 첫째 주 보합이던 서울 아파트값의 주간 상승률은 6월 셋째 주 0.36%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고치로, 연율로 계산하면 20%에 해당한다. 특히 강남구는 0.75% 폭등했고 마용성의 대표주자 마포구도 0.66% 급등했다. 일 년 사이에 해당 지역 아파트값이 40% 정도 오른다는 의미다. 실제로 강남 3구는 물론 풍선효과 등으로 마용성 지역의 부동산 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강남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부동산 수요심리를 자극한 도화선 역할을 담당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7월 예정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에 앞선 막차 수요가 집중된 탓이다. 여기에 역대 민주당 정부 때마다 반복된 아파트값 폭등의 트라우마도 일조했다는 평가다.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르고 있지만 정부는 탐색전만 이어가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문제가 가지는 휘발성을 감안하면 일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상황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더 크다. 금융시장과 마찬가지로 부동산도 심리적인 영향이 크다. 시장이 한 방향으로 쏠리기 시작하면 그 탄력은 걷잡을 수 없다. 이를 제때 바로잡지 않으면 쏠림 현상의 부작용이 증폭되고, 왜곡 현상을 바로잡는 데는 더 큰 비용과 시간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지만, 지금 아파트값을 불안하게 만든 것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다. 현시점에서는 단기적으로 수요를 관리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연초까지도 안정됐던 집값이 정부 교체만으로 들썩이고 주택에 대한 실수요가 급증했을 리 없다. 최근 서울지역 아파트값 상승 국면에서 그만큼 투기적인 수요나 가수요가 늘었다는 뜻이다. 최근 거래되는 아파트의 상당 부분이 '갭투자' 형태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집값이 불안해지면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 수단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고, 제대로 된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단기적인 수요관리와 더불어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유동성을 조절하고,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과도한 정책대출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 또 지난 정부에서 과도하게 줄인 다주택자 등에 대한 세금 부담을 재정비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는 여러 차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으나 부동산 시장을 관리하는 데 실패했고, 집값 폭등도 막지 못했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의지는 강했을지 모르지만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다. 이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결과적으로 민심 이탈로 이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명 정부가 강남 등 서울지역의 부동산 과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국정 초반 정부의 능력을 판가름하는 주요한 잣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국민 지지를 동력 삼아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이번만큼은 이재명 정부가 집값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기대해본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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