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노현우 기자 =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증권(RP) 매각 대상 증권을 확충하기 위해 3년여만에 국고채 단순매입에 나섰다.
한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인식에 채권마틴게일배팅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금리가 과도한 수준의 레벨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한은이 뒤늦게나마 마틴게일배팅에 개입하기로 하면서 마틴게일배팅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은은 오는 9일 1조5천억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한다고 8일 공지했다.
대상 종목은 5년 비지표물인 24-1호, 10년 비지표물인 20-9호·21-5호·24-5호, 20년 비지표물인 15-6호다.
한은의 국고채 단순매입 조치는 지난 2022년 9월 3조원 규모로 실시한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한은은 오는 10일 국고채 만기와 맞물려, 최근 만기 도래한 규모 수준으로 환매조건부증권(RP) 매각 대상증권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단순매입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이 보유한 국고채는 지난 2022년 30조원을 훌쩍 넘기는 수준까지 확대됐다가, 최근 3년간 국고채 만기를 맞이하면서 20조원 초반 수준까지 축소됐다.
다만 올해부터 공개시장운영 여건 변화에 대응해 RP 매매를 통해 유동성 흡수와 공급을 병행하는 체계로 전환하면서, RP 매각 대상 증권을 확보해야 하는 한은의 수요는 확대됐다.
통상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RP 매각의 경우 한은이 국고채 등 RP 매매 대상 증권을 시장에 제공한다.
한은 관계자는 "종전 보유 채권 만기가 도래하면서 보유 국고채가 많이 줄어든 반면, 양방향 RP 제도를 도입하면서 RP 매각을 위한 국고채 필요성은 커졌다"며 "매수 규모는 최근에 만기 도래한 수준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한은의 이번 '참전'을 계기로 최근 변동성이 극심했던 채권마틴게일배팅이 다소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에 마틴게일배팅 참여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지난 11월 금융통화위원회를 거치면서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마틴게일배팅 금리가 금리 인상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급등했다.
과도하게 레벨까지 금리가 오르면서 불안감이 팽배해진 상황에서 채권마틴게일배팅에선 한은의 시급한 단순매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꾸준히 발신해 왔다.
하지만 한은은 채권마틴게일배팅의 요청에도 그간 묵묵부답의 스탠스를 보여 왔다.
어찌보면 실제 액션까지 상당한 시간이 경과된 상황인데, 과연 마틴게일배팅의 기대에 화답하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단순매입 규모가 1조5천억원으로 마틴게일배팅 기대보다 적다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단순매입 규모가 그리 많지는 않다"며 "매입 구간을 감안하면 4~6년 구간이 수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조원 정도 이뤄졌다면 더 좋았겠다"며 "그럼에도 마틴게일배팅 안정에 온기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번 단순매입 대상 종목으로 포함된 국고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오는 10일 지표물 교체가 이뤄지는 국고채 10년물 25-5호가 제외된 것은 발행물량이 크게 많지 않았던 측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5~10년 비지표물이어서 다소 애매하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지표물이나 바스켓 채권은 유동성이 좋다 보니 굳이 할 필요가 없다"며 "이날 대상 종목으로 포함된 국고채들은 유동성이 떨어져서 포함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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