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번 대선 부동산 공약에서 숫자가 사라졌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전국 311만호의 주택 공급, 윤석열 당시 후보자가 250만가구의 주택 공급을 공약한 것과 대조됐다.

주택 공급은 여전히 이슈다. 윤석열 정부 내내 야당이 공격해온 부동산 관련 이슈도 공급이었다. 지난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42만8천244가구(0.1%↓)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연초 인허가 물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면서 정부가 공공 부문 인허가를 끌어올려 떠받친 덕이다.

인허가 물량은 2018~2022년 5년 평균치인 51만3천가구에는 여전히 한참 못 미쳤다. 지난 몇 년간 누적된 인허가 감소로 2026년 입주 물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주택시장의 불안 요인이다.

인허가 외에 주택 공급의 다수를 차지하는 민간 분양 주택의 착공 실적이 지난해 23만5천171가구에 그쳐 10년 평균인 39만7천44가구에 크게 못 미치는 점도 향후 2~3년 후에 입주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을 키웠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가 공동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입주 물량은 27만4천360가구이지만, 내년에는 19만773가구로 줄어든다. 정부가 3차 장기 주거 종합계획에서 밝힌 올해 44만4천500가구, 내년 42만7천200가구의 신규 수요에 견줘보면 크게 부족하다.

올해 대선에서도 공급이 주요 이슈다.

이재명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용적률을 완화하는 등 노후 도시 재정비를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혁신이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를 내걸었다. 재건축과 재개발 촉진을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를 통한 공급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김문수 후보는 청년들을 위해 매년 1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공공분양 주택이나 공공 임대주택의 비율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아직 구체적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부동산 공약의 분위기가 바뀐 데는 현 주택 시장의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이재명 후보 캠프의 윤후덕 정책본부장은 최근 수도권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당시에는 주택 경기가 과열돼 공급이 매우 중요했는데, 지금은 3∼4년 전과는 시장이 많이 달라졌다"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5년간 250만호를 공급하는 것이 적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공격적인 수치를 제시해 가격을 안정시킬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가격은 0.13% 올랐고, 올해 들어 0.14%가량 하락했다. 2022년 대선 직전인 2020년과 2021년 주택가격 상승률이 각각 5.36%, 9.93% 올랐던 것과 대비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은 부동산 시장이 많이 침체된 상황이라 주요 쟁점이 되지 않고 있다"라며 "그렇다 보니 후보들도 부동산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수치만 남발했다가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그에 따른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점도 후보들이 숫자를 내길 꺼리는 이유일 수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정권의 명운을 바꿨던 과거를 교훈 삼는다면 어느 때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는 부동산 공약도 이해할 법하다. (산업부 윤영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좌)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우)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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