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윤은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일부터 철강·알루미늄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국내 철강산업은 다시 한번 대미 수출의 생존 갈림길에 섰다.
무역확장법(Section 232)에 근거한 이번 조치는 1·2기 행정부를 통틀어 가장 높은 강도로, 미국 내 제조업 부활을 앞세운 보호무역 기조가 다시 한번 표면화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 중인 25%의 관세를 4일부터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2025.6.1 xanadu@yna.co.kr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미국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2%, 현대제철[004020]은 3~4% 수준이며, 세아베스틸지주[001430]는 3~3.5%, 동국제강[460860]은 1%, 세아제강[306200]은 30%에 달했다. 특히 세아제강처럼 특정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관세 인상의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은 자동차용 강판, 가전용 냉연 제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해왔지만, 이번 50% 관세가 동일하게 적용될 경우 기존보다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2024년 기준으로 미국 철강 수입 시장에서 9%를 점유하고 있으며, 수출 규모는 약 29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철강 무관세 쿼터 폐지 방침과 관세 인상 예고가 맞물리면서, 한국의 철강 수출은 올해 들어 확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4월 누적 대미 철강 수출액은 약 1억3천84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줄었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사들은 관세 회피 전략으로 미국 현지 생산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루이지애나주 어센션 패리시에 약 8조5천억 원(58억 달러)을 공동 투자해 전기로 기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로 결정했으며, 현대제철은 별도로 앨라배마주 공장을 전기로 제강 방식으로 전환해 2026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설비를 확충 중이다.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현지 생산 비중을 늘려 대미 공급망을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중소·중견 철강사들은 런 대응이 사실상 어렵다. 자체적인 현지 생산 설비가 부족하고, 건설용 철근·형강 등 저부가 제품에 집중되어 있어 가격 조정 여력도 제한적이다. 이들 기업은 수출 감소 직격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풀이됐다.
여파는 철강산업을 넘어서 후방 산업으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자동차·조선 등 주요 산업에서 철강은 핵심 소재로, 수입 가격 상승 시 전방 산업의 원가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완성차 업계의 5월 수출은 62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4% 감소했으며, 이 가운데 미국 수출은 32% 급감해 '트럼프 관세'의 선제적 충격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의 조지아 공장 가동 확대 영향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철강 가격이 오르면 미국 현지 생산 코스트가 최소 10% 이상 증가할 수 있다"며, "향후 관세가 실제 적용될 경우 글로벌 완성차 및 부품업계 전반에 비용 인상 압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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