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이 아시아 거래를 통해 예상보다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격이라는 악재가 주말 사이에 벌어졌으나 국제 유가와 미국 주식 선물 등은 비교적 선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23일 유가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근월물 가격은 오전 7시56분 현재 전장대비 2.42% 오른 배럴당 75.62달러에 거래됐다. WTI 선물 가격은 4% 넘게 오르다 빠르게 상승폭을 줄이고 있다.
미국 주가 선물도 아시아 거래에서 하락세로 출발했으나 낙폭은 일단 0.5%대를 넘어서지 않고 있다.
E-Mini S&P500은 전장 대비 0.271% 밀렸고, E-Mini 나스닥100은 전장보다 0.37% 내렸다.
당초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개장 직후부터 WTI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폭격이라는 대형 악재에도 시장이 선방하는 것은 우선 시장이 상황 악화를 대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주요 펀드 매니저들이 주식 보유 비중을 줄였고, 주가는 과매수 상태를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실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는 13일 이후 약 1.5% 하락했다.
동시에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기관들의 헤지 수요도 늘어나 자산시장의 급격한 매도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상황으로 진단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상황이 전개되는 향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금융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유일한 경우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주말 이란 정부는 이란이 미국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할 때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고, 이란 최고 지도자의 저명한 보좌관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촉구했다.
미국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막으라고 촉구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아직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만약 봉쇄된다면 미 해군이 즉각적으로 개입할 것이고, 이란 역시 자국 석유 수출에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란은 핵 합의 협상 여지를 남기고 싶어 할 가능성도 있다.
CNN은 전문가들의 진단을 인용해 "이란은 미국과 전면적인 대결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고, 트럼프가 이번 공격 이후 개입을 줄일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시에 "이란은 (미국이 아닌) 이스라엘과만 싸우면서 현상 유지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중동 전문가인 모하마드 알리 샤바니는 CNN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를 죽인 지난 2020년 공격 때와 같은 전략을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당시 트럼프는 큰 메시지를 보내고,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미국의 결의를 보여주면서도, 더 큰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피하고 싶어 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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