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시장은 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현실보다 앞서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코스피 지수가 3년 9개월 만에 3,100선을 돌파하는 상승세를 보인 점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정부의 취임으로 그동안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정상으로 돌아온 점도 컸고 고조되던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조속히 완화한 점도 긍정적 효과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추가경정예산의 집행과 상법 개정 등의 기대로 외국인의 국내 증시 귀환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공감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 자금인 예탁금이 10조원 이상 늘면서 '동학개미'도 돌아왔다.

이제는 그동안 각종 정책 기대로 급등한 코스피의 주변 여건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때라는 진단이 나온다. 투자자는 미래가 현재화되기 전에 먼저 주식을 사는 경향이 있는데, 기대로 오른 코스피 수준이 정당한지와 추가 상승이 가능할지 따져볼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추경과 상법 개정은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오는 7월 4일까지 국회에서 모두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재계가 상법 개정에 대해 우려 목소리가 여전해 걸림돌이 없는 상황은 아니지만, 야당인 국민의힘도 개정을 전향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혀, 낙관적인 상황이다.

대외적인 재료도 점검 사항이다. 7월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설정한 상호 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초 발표한 무역 상대국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 후 국가별로 무역 협상을 벌여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유예 가능성에 대해 강경하게 발언해 시장을 떨게 했지만, 최근 미 증시의 회복세를 망치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관세 유예 시한이 지나더라도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는 국가에는 충분한 기간을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는 트럼프의 무역 협상에 대한 낙관론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추경, 상법 개정, 관세 협상 등의 재료는 이미 현재 지수 수준에 상당 부분 녹아있다. 이런 재료는 현 지수 수준을 정당화할 뿐 근원적인 추가 상승 연료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물론 미국과 한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다면 유동성의 힘이 미 증시와 코스피를 다시 한번 더 들어 올릴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조건 국내 기업이 돈을 잘 벌어야 한다는 점이다. 상장사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이 증시 상승세 지속의 필수조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자기자본순이익률은 2021년 8.47%에서 2023년 5.16%로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올해 한국투자증권은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효과(0.45%p)를 가산해 12개월 선행 ROE를 9.75%로 내다봤다. ROE가 두 자릿수로 올라설 수 있다는 기대야말로 코스피 지수의 추가 상승 보약이 될 수 있다. 기업이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규제개혁은 물론 원전기업 대표를 산업부 장관 후보로 지명하고, 인공지능(AI) 전도사를 경제사령탑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로 낙점한 이재명 정부의 새로운 산업·경제에 대한 의지가 정책으로 빛을 발휘할 때다. (디지털뉴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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