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간에 뭉친 대응단, 강제조사 전환도 발 빠르게…지급정지로 추가 피해 막아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종합 병원과 대형 학원 등을 운영하는 재력가와 금융권 종사자가 얽힌 1천억원대 주가조작 사건이 적발됐다. 불공정거래를 살피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힘을 합친 주가조작합동대응단의 '1호' 사건이다.

합동대응단 출범 두 달 만에 대형 주가조작 사건의 정황을 파악해 압수수색까지 진행했다. 신속한 대응 구조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승우 금감원 주가조작근절합동대응단장은 23일 브리핑에서 "지난해 초 주가조작이 시작됐고, 금감원과 거래소가 각각 시장 감시 차원에서 올해 초부터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사건 파악 경위에 대해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3월 먼저 조사에 착수했다.

이 단장은 "금감원이 기초 조사를 진행 중이었는데, 규모를 고려해 강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만약 대응단이 없었다면 강제 조사를 위한 협의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금감원·금융위로 불공정 거래 대응 조직이 나뉜 구조에서는 각 기관이 가진 권한이 달라 조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거래소가 이상 징후를 파악하고, 금감원이 기초 조사에 나서도 내부 공모 흔적 등을 발견할 수 있는 자료에 임의로 접근할 수는 없다.

이를 위해 기존에는 금감원이 범죄 혐의가 소명될 정도로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 후, 금융의 증권선물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쳐 강제 조사로 전환해야 한다. 이 협의 과정만 하더라도 두어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더해, 압수수색을 위한 준비도 한달가량 필요하다.

이 단장은 "금감원에서 판단한 후 공동조사로 전환, 강제조사로 이어졌다면 1년여가 걸릴 수 있다"며 "지금은 대응단이 한 공간에 있어 협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성과가 좋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1년 9개월에 걸친 장기간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라덕연 사태'와 유사성을 찾을 수 있으나, 이번 사건은 유통 물량이 적은 한 종목만을 타깃으로 했다는 점에서 앞선 사례와는 다르다.

특히 과거 사건의 경우 혐의자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가 이뤄지지 않아 시세조종의 대상이 된 기업의 주가가 연이어 폭락하는 사태로 번지기도 했다.

이번에는 증선위가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혐의자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를 의결했다. 이에 추가적인 피해가 차단됐다. 대응단은 향후에도 혐의 계좌에 주가조작 관련 주식 등이 남아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지급정지 조치를 고려할 예정이다.

이 단장은 "현재도 진행 중인 주가조작이었기에 혐의 계좌 속 주식이 많이 남아있다"며 "지급정지로 입·출금, 출고, 거래가 모두 제한돼 현재 계좌에서 보유하고 있는 1천수백억원 규모가 동결 대상 자금이 됐다"고 했다.

그는 "앞선 사례에서는 혐의자들이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도하면서 대상 종목이 연이어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며 "본건 혐의자들은 직접 매도할 수 없고, 그런데도 폭락사태가 이어진다면 한국거래소와의 협의를 통해 시장 조치를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건에 가담한 7명의 혐의자는 감시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수십 개의 계좌를 활용했다. 자금을 계좌에 투입한 후 계좌로 돌리는 방식을 활용, 자금의 출처를 가렸다. 또한 거래에 사용되는 IP를 조작하기도 했다.

합동대응단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디지털 기기 내 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포렌식 조사에 나선다.

이 단장은 "한국거래소 내 합동대응단이 설치되어 있는데, 여기서 직접 포렌식을 할 수 있도록 금융위에서 가져왔다"며 "압수수색 단계에서부터는 형사 절차도 준용해야 하기에, 최종적으로 증거를 추려내는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응단은 이날 공개된 주가조작 사건을 제외하고도 4건을 살펴보고 있다. 이 사건은 모두 지난해 초 이후에 발생한 사건으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

브리핑 하는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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