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북 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북한은 최근 우리나라의 무인기(드론)가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며 다시 한번 무인기가 출현하면 북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이어 지난 15일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남북 육로를 완전히 끊고 요새화 공사를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한반도에 분쟁이 발생하면 북한에 군사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러ㆍ북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는 것도 심상치 않은 일이다.

북한이 위협의 강도를 높이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우리 군은 북한에 대한 감시 및 경계 태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만에 하나 북한이 도발할 경우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일선 부대에 유사시 선조치 후보고하는 훈련과 지침을 하달했다고 밝혔다.

최근 남북 관계는 전형적인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쪽에서 마주 달리는 자동차처럼 남북 모두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면충돌을 불사하고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모양새다. 둘 중 하나라도 핸들을 돌려 충돌을 피하면 겁쟁이로 취급되기 때문에 끝까지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치킨게임처럼 자칫 접경지역에서 우발적 충돌이나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북한, 경의선 도로 일부 폭파

고질적인 남북 관계의 불안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뉴스는 금융 경제 뉴스가 아니라 한국 정치와 북한 뉴스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이 이제는 새삼스럽지 않다. 대외 리스크에 민감한 한국 경제는 북한의 동태에 따라 급변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지정학 리스크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미국 대선 레이스가 절정으로 치닫는 가운데 한반도를 담보로 한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강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2016년 대선에서 당선될 즈음에도 북한의 핵 개발 및 도발 수위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올라간 적이 있다.

[그래픽] 중국 대만포위 군사훈련 '연합리젠(利劍)-연습'

대만해협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중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연설한 뒤 육ㆍ해ㆍ공ㆍ로켓군을 총동원해 대만을 완전히 포위했다. 대만을 상대로 한 중국군의 대규모 군사훈련은 5개월 만이다. 중국과 대만 관계의 악화는 한반도 상황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헤즈볼라의 포격전 등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전쟁의 기운이 우리 주변에도 다가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금융시장에 악재가 하나 더 늘어났다. 삼성전자의 위기론과 반도체 겨울로 대표되는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 문제, 국장을 뒤로하고 미장으로 달려가는 개인투자자들로 대변되는 수급상의 문제뿐 아니라 투자심리를 지배하는 북한 리스크까지 더해져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앞으로 대외 변수의 추이에 따라 시장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픽] 아시아 주요 증시 하락률

이러한 대외 리스크는 그간 밸류업으로 상징됐던 한국 경제와 시장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북한 리스크가 있는 한 한국 경제의 퀀텀 점프는 요원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북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제어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편집해설위원실장)

jang73@yna.co.kr

(끝)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3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