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퍼펙트 스톰이 찾아왔다. 한국 경제를 짓누르던 각종 악재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메가톤급 정치 악재까지 겹쳤다. 정치는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고 있고, 경제와 외교는 방향성을 잃었으며, 사회는 둘로 쪼개져 광장에서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퍼펙트 스톰이란 단어는 본래 경고의 성격이 강한 말이다. 여러 가지 위기 요소들이 한순간에 겹쳐서 강력하고 심각한 파장을 일으킨다는 뜻인데 사실 현실 세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인류에겐 위기를 감지하고 예방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2월3일 한밤중에 느닷없이 발생한 계엄 사태는 우리나라를 퍼펙트 스톰의 한복판에 몰아넣었다.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 '블랙 스완'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드러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동요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노출됐다. 대한민국의 모든 시스템이 마비 상황에 이르렀으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도 국회에서 투표 불성립으로 1주일 이상 지연되는 등 국정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응원봉 들고 시위하는 시민들

지난주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으나 아직 갈 길은 남아 있다. 헌법재판관 선임 및 심리 과정이 2~3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헌재의 심리가 길어진다면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법리적 다툼을 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심의 충돌 등 이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발생할 경제의 혼란은 말할 것도 없다. 당장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가 우리에게 어떤 청구서를 내밀 것인지, 그런 그를 우리는 누가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다. 지난 2016년 한국이 탄핵 정국에 들어섰을 때 트럼프 측근들은 '죽은 권력은 상대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와 대화의 여지를 주지도 않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신정부가 구성되고 나서야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는 이미 골든타임이 지나간 뒤가 아닐지 우려된다.

무엇보다 큰 걱정은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대외 신인도가 굳건히 유지될지 여부다. 폭락했던 주가가 일정 부분 회복세를 보이는 등 시장이 전반적으로 진정되고 있는 가운데 유독 환율이 1,430원대에서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불안감을 남기고 있다. 원화 가치의 하락은 우리 경제에 대한 대외신인도의 바로미터다. 주가의 회복도 사실은 기관과 연기금이 사들이고 있어서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주식을 사고 있어서가 아니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 밑으로 가느냐, 1,500원을 향해 가느냐가 우리 경제의 지정한 회복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달러-원 환율(빨간색)과 코스피 차트

대외신인도만큼 중요한 것이 잃어버린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다. 말하자면 투자자들로부터의 신뢰 회복이다. 이번 계엄 사태를 계기로 원화 자산이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참에 국내 자산을 팔고 미국 등 해외자산으로 갈아탄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늘어났다.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다. 개미들은 더 이상 국내 자산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쉬워져서다. 원화 자산의 대체재가 차고 넘치며, 해외에 투자하면 달러 상승으로 인한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과거 코로나 위기 때 우리 시장을 떠받친 건 동학개미들이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여러 면에서 상황이 다르다. 이른바 '경제 이민'을 선택하는 개인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불신을 야기했던 여러 가지 법과 제도 등을 정비해야 한다. 투자자들에게 원화 자산이 버려야 할 대상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우리 시장에 투자하는 돈이 많아야 기업들의 자금 활로가 열리고, 지갑이 두둑해진 소비자의 부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편집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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