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경제가 시계 제로 상태다. 성장은 꺾이고 내수의 침체 속도는 가팔라지는 데다, 수출 '피크 아웃(Peak out,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에 대한 우려는 점증한다. '관세전쟁'을 위한 칼날을 들이댈 트럼프 정부는 한 달 뒤면 출범한다. 세계 경제가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처럼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의 후폭풍은 불확실성을 키운다. 내년을 준비해야 할 기업들과 가계의 눈 앞은 캄캄하다. 무엇이라도 붙들어 잡고 싶지만, 마땅한 버팀목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픽] 한국 잠재성장률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한국은행이 19일 공개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내년 이후 5년간 연평균 1.8%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예상했는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수치가 더 내려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시각에 대체로 동의한다. 기획재정부는 매달 발행하는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에서 지난달까지 꾸준히 넣었던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표현을 빼버렸다. 그러면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경제 심리가 위축되면서 하방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은 더 암울하다. KDI는 그간 정부가 보여온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작년 12월부터 최근까지 "내수 회복이 제약되고 있다"는 평가를 빼놓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가 수출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도 했다. 경제가 나빠질 것이란 예측만 가득하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18세 이상 1천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내년에 소비지출을 줄이겠다고 답한 비율은 53%에 달했다. 지난달 중순의 조사였는데,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이전의 상황임에도 이 같은 수치가 나왔다. 정국 혼란으로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서 내년 경제에 대한 불안이 확대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소비심리 위축 현상은 단기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비심리 위축과 실제 지출 축소는 결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가중할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금리 인하로 달러-원 환율은 1,450원을 뚫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이다. 단호하고 과감하게 시장 안정에 대응하겠다는 정부와 한은의 구두 개입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1,400원대는 이미 '뉴노멀'이 됐고 1,500원이 심리적 마지노선이 됐다. 1,500원까지 뚫고 올라선다면 아찔하다. 고환율이 수출을 뒷받침하던 시대는 지났다. 해외에 공장을 짓고 투자를 늘리는 기업들엔 엄청난 악재다. 원자재를 들여오는 수입 기업들은 비명을 지른다. 달러-원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환차손을 감내해야 한다.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주력 경제주체인 기업과 가계 모두 악 소리를 질러야 한다.

원활하게 작동해야 하는 경제의 순환고리에 잔뜩 기름 덩어리가 눌어붙어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이는 우리 경제 총량을 줄이는 요인이 될 게 뻔하다. 결국 정부의 역할에 기댈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처방인 재정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단기에 극복할 수 있는 이벤트로 볼 것인지, 중장기적 시각에서 위기의 지속으로 보느냐에 따라 정부 입장도 달라지겠지만, 너무 나이브하게 볼 상황은 분명 아니다. '건전재정'이란 신줏단지를 여전히 붙들어 잡고 있어야 할 상황은 아니란 말이다. 야당의 일방적 예산 삭감으로 내년도 예산은 673조3천억원으로 확정됐다. 정부안보다 4조1천억원 줄었다. 이에 따라 총지출 증가율은 3.2%에서 2.6%로 낮아졌다. 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이 정도의 지출 증가율로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을 이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즉각적으로 이미 편성된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내년 총지출의 75%를 상반기에 배정해 집행하겠다고도 했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니 예산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정부는 새해 초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중앙은행 수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밝힌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언급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정치적 유불리로 논쟁을 계속 해야 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정부 경제팀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경제만 보자. 답은 추경이다. 국가 경제를 이끄는 두 축인 가계와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만 건전하면 가계와 기업은 죽어난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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