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20년 9월 1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재용 삼성 회장(당시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재용 회장으로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부당하게 진행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게 골자다. 검찰은 총수의 사익을 위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가장 적은 비용을 들여 승계와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악질적인' 조직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용 회장에 대한 기소 사실을 언론 앞에서 직접 발표한 사람은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서울중앙지검 이복현 경제범죄형사부장 검사였다. 이 부장검사는 이 회장의 관여나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다수의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유죄 입증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두 달 여전 열린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위원회는 검찰의 수사 중단과 함께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를 권고했다. 심의에 참여한 13명의 위원 중 무려 10명이 이 같은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이복현 부장검사는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이동하기 이틀 전에 전격 기소를 결정해 발표했다. 총수의 사익(경영권 승계)을 위한 그룹 차원의 조직범죄가 확인된 만큼 이를 방기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결과는 연전연패였다. 법원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이재용 회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19개의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1만쪽에 달하는 수사 기록과 증거에 대해 어느 하나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후 추가로 2천건이 넘는 증거를 추가로 제출하고 공소장까지 변경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기소 이후 이재용 회장은 재판에만 100여 차례 나가야 했다. 그러는 사이 삼성은 슬금슬금 무너졌다. 수많은 임직원도 검찰 조사에 불려 갔고 재판받았다. 19대0의 처참한 패배 결과를 받아 든 검사 누구도 이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 설사 대법원 판단에서 뒤집힐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겠지만,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결과를 그렇게 쉽사리 바꿀까 싶다. 19개의 날 선 칼날은 사실상 부러졌다. 삼성과 이재용 회장 입장에선 무죄 결과가 기쁘기만 할까 싶다. 지난 수년간의 기회비용을 복구할 방도도 없는데.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이복현 부장검사는 현재 라이브카지노권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라이브카지노감독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런데 2020년 9월 때의 기시감(旣視感)이 든다. 이번엔 타깃이 우리라이브카지노지주와 수장인 임종룡 회장으로 바뀌었다. 이 원장은 지난 4일 우리라이브카지노과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 검사 발표 현장이 직접 나섰다. 이례적이다. 이런 자리에 금감원장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아니나 다를까 이 원장의 발언은 수위가 매우 높았다. 이틀 뒤 다른 보임지로 떠나는 검사 이복현이 삼성과 이재용 회장에 대한 기소 사실을 직접 발표할 때와 달라 보이지 않았다는 세간의 지적까지 나온다. 실제 이 원장의 임기는 넉 달 남았다.
금감원이 내놓은 21쪽에 달하는 라이브카지노회사 검사 결과 발표자료 중 우리라이브카지노과 우리은행에 대한 내용은 거의 절반에 가까웠다. 부당대출과 조직적 내부통제 부실, 경영진의 무능과 책임 방기 등의 적나라한 내용들이 담겼다. 이 원장은 실무진에게 가급적 상세하게 자료를 만들라고 했다고 한다. 이 원장이 꺼내든 핵심적 키워드는 이번에도 '사익 추구'였다. 라이브카지노지주와 은행 임직원들이 은행 자원을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삼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부당대출은 물론 위법한 행위와 편법 영업도 서슴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런데 대놓고 말만 안 했지, 타깃은 분명했다. 우리라이브카지노 수장인 임종룡 회장이었다.
금감원이 발표한 검사 결과를 반박할 생각은 없다. 발표 내용만 보면 라이브카지노회사 간판을 내려야 할 정도다. 하지만 말 그대로 금감원의 검사 결과일 뿐이다. 문제는 이러한 검사 결과를 토대로 진행될 후속 조치들에 있다. 금감원은 우리라이브카지노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이달 중에 내놓고, 라이브카지노위원회에 송부하겠다고 한다. 지금 같은 분위기로 보면 현재 2등급인 우리라이브카지노의 등급은 3등급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면 우리라이브카지노이 현재 진행 중인 보험사 인수는 어려워질 수 있다. 보험사 인수는 임종룡 회장의 최대 '경영 목표'다. 내부통제도 경영진의 대처도 엉망인 라이브카지노회사가 인수·합병(M&A)을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공은 금융위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3등급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정리 등을 통해 등급이 2등급 이상에 해당할 수 있다고 금융위가 인정하면 보험사 인수는 가능하다. '조건부'인 셈이다. 그런데 금융위가 판단해야 할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선배'인 임 회장을 위해 금융위 공무원들이 '특혜'를 줬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이래저래 쉽지 않은 결정들만 남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보험사 인수 여부와 상관없이 만약 금감원이 우리라이브카지노을 3등급으로 매긴다면 한가지 생각해 볼 지점은 있다. 대한민국 4대 라이브카지노지주 중 한 곳의 경영 상황이 양호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우리나라의 라이브카지노시장과 국가신용등급에도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그런 파급력을 금감원은 고려하고 있을까. 사람 하나 잡자고 조직 자체를 와해시킬 정도로 조치하는 것이 맞을까. 여러 의문이 든다. 나중에 법적 분쟁으로 들어가 삼성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때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우리라이브카지노의 부당한 경영행태에 대해서는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특수부 검사의 먼지털이식 수사와 기소방식은 아니어야 한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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