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새해가 밝았지만 유쾌하지 않은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새해를 맞는 기대와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야심 찬 목표설정과 달성을 위한 의지가 넘쳐날 시기이지만,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싼 논란 등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향후 몇 달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2주 뒤면 미국의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한다. 내부의 불확실성뿐 아니라 외부의 불확실성까지 가세하면서 혼돈의 시간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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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입장에서 가장 불편한 것은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것이다. 불확실성은 무엇을 변수로 내세워 대책을 세울 것인지부터 난관이다. 무엇을 극복할 것인지 분간이 돼 시나리오별 대책 마련이 가능한 '리스크'와는 다르다. 시계 제로의 불확실성 상황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발 내디딜 때마다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어딘가 예측하지 못한 지점에서 걸려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보다 더 나은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일 수 있다.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예측했다. 작년 7월에 예측했던 2.2%보다 0.4%포인트(p) 낮춘 것으로, 한국은행의 예상치 1.9%보다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국제통화기금(IMF·2.0%), 아시아개발은행(ADB·2.0%)과 같은 글로벌 기관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2.0%)의 전망치보다 더 보수적으로 제시했다. 더딘 내수 회복 속에 그동안 경제 버팀목이 돼 왔던 수출마저 피크아웃을 보일 것이란 점을 반영한 결과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수출 증가율은 1.5%다. 작년의 8.2%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정부가 이런 전망을 내세운 근거도 불확실성이다. 물론 다양한 경기보강 방안을 투입하고 불확실성을 잘 관리하면 성장률이 1.8% 보다는 높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하지만, 기대는 기대일 뿐이다. 불확실성의 경로가 어찌 될 줄 알고.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예상은 더 냉랭하다. JP모건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3%로 예측한다. 기존 전망보다 0.4%P 낮췄다. HSBC는 1.9%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ING는 1.4%로 예상한다. JP모건과 ING 모두 정치·정책적 불확실성으로 내수 부문의 개선 여지가 크지 않은 데다, 경제 심리의 부진이 악화할 것이란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한 해외 IB 중 정부 예측치보다 높게 제시한 곳은 UBS(1.9%)가 유일하다. 정부와 한은, 주요 해외 IB들 대부분이 올해 한국은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을 할 것이라고 공통으로 예측하는 셈이다. 내년에는 괜찮을까. UBS는 1.3%까지 추락할 것으로 본다. 씨티와 바클레이즈는 각각 1.6%와 1.5%로 예측했고, HSBC와 노무라는 1.9%와 1.8%로 본다. 역시 잠재성장률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이다.
도전 정신과 과감한 혁신을 통해 성장을 이루겠다는 주요 기업과 금융회사의 야심 찬 계획은 그래서 올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비상경영'이나 '본업(本業) 집중' 등의 경영목표가 주를 이루고 있다. 효율적, 실효적이란 말들도 많이 등장한다. 자원 또는 자본을 허투루 쓰지 말자는 다짐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현상은 유지하자는 게 대세가 된 셈이다.
정부는 연일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언한다. 이미 편성된 예산을 연초부터 대거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온기는 쉽사리 확산하지 않는다. 어딘가 공백은 늘 발생하기 나름이다. 자원 총동원의 속도전에 더해 부족한 부분을 더 채우는 신속함도 필요하다. 경기보강이 됐건 추가경정예산이 됐건 비상 상황에 대응할 여력을 신속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지나친 게 모자람보다 나은 시점이다. 본업에만 집중하다가는 미래가 없다. 캄캄한 밤길을 열어줄 주체는 지금은 정부여야 한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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