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MZ들의 심기를 단단히 건드렸다. 메신저 스레드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해지하겠다는 글이 넘쳐난다. '뒤통수 맞았다'는 배신감의 결론은 '역시 국장은 안 된다'는 냉소다.
MZ들의 인기를 끌었던 ISA에서도 앞으로 배당소득세가 부여된다는 소식이 이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아예 세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낼 세금이 당장의 세금으로 돌아와 내가 받는 돈이 줄어드는 문제는 절대 간단치 않다.
ISA나 연금저축계좌에서 올해부터는 '선 환급, 후 원천징수' 절차가 시행되지 않는다. 집합투자기구가 국외자산 투자소득에 대해 외국에서 세금을 징수당한 경우, 국내 과세 관청이 외국 세금을 먼저 간접투자회사에 환급해준 뒤 간접투자회사가 투자자에게 배분할 때 국내 세율로 원천징수 해왔는데, 2021년 정부가 추진한 외국납부세액 공제방식 개편이 올해 1월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더는 이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ISA나 연금저축계좌에서 배당금을 지급받을 때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배당금이 10만원이라면 10만원 전부가 지급됐다. 나중에 계좌를 해지할 때 배당소득세를 내면 됐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배당금을 받을 때마다 미국 세율로 원천징수 된다. 그동안 과세이연 효과, 이로 인한 배당금 재투자가 가능하다는 ISA의 장점이 사라진다. 원천징수 되고 나중에 또 내는 이중과세 논란도 불거졌다.

빨리 벌어 회사를 떠나는 조기 은퇴를 꿈꾸는 20·30세대는 ISA를 통해 미국 대표지수 ETF를 적립식으로 모아갔다. 특히, 젊은 투자자들은 주식과 ETF 직접투자가 가능한 중개형 ISA에 '한국판 슈드'를 모아 파이어족을 꿈꿨다. 부동산으로 월세는 못 받더라도 금융자산에서 나오는 배당금을 꼬박꼬박 모아 복리 효과를 노리겠다는 소박하지만, 야심 찬 계획이었다.
일명 '슈드'로 불리는 미국의 대표적인 배당 ETF 중 하나인 SCHD는 미국 자산운용사 찰스슈왑에서 운용하는 'Schwab US Dividend Equity ETF'다. 2011년에 출시된 이 ETF는 연 4회 배당금을 지급하는데, 매년 배당을 늘리고 있다.
MZ를 중심으로 슈드가 인기를 끌면서 국내 운용사들도 슈드와 포트폴리오가 같은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를 월배당방식으로 운용했다. 국내 상장된 ETF만 거래할 수 있는 ISA에서 이 한국판 슈드는 인기 상품이었다. 덕분에 중개형 ISA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ISA를 통한 한국판 슈드는 공격적인 MZ들의 'QQQ', 'TQQQ'처럼 덜 공격적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투자 트렌드였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도입 4년 만에 중개형 ISA 가입자는 500만명에 달한다. 전체 ISA 가입자의 85% 수준이고, 1천400만명의 주식투자인구 셋 중 한 명이 중개형을 이용하고 있다. 700만 서학개미 인구와도 비견될 만한 수준이다. 도입 초기 95%가 신탁형 ISA를 택했지만, 중개형 ISA가 도입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이런 변화는 MZ가 주도했다. 신탁형 ISA는 50대 이상 투자자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중개형은 20~40대 MZ가 85%에 달할 만큼 절대적이었다. '중개형 ISA=MZ'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다.
'만능 예금'에서 '만능 투자계좌'로 시장 재편을 주도하고 있던 중개형 ISA는 '미장'에서 '국장'으로 일부나마 젊은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릴 수 있는 자본시장 핵심투자 플랫폼으로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줬다.
해외펀드 배당금에서 불거지는 이중과세 문제 해결책을 모색해온 정부는 부랴부랴 ISA는 국내 납부 세액 한도 내에서 펀드의 외국납부세액을 폭넓게 인정해 공제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래도 내 계좌에 찍히는 돈이 안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4년 전 외국납부세액 공제방식 개편 당시 예견됐던 일이다. 금투세에 밀려 거의 관심을 끄다시피 한 정부는 문제가 불거지자 ISA만큼은 크레딧 방식의 '양보'를 하겠다고 한다.
MZ를 위한 맞춤형 인센티브가 논의돼야 할 때, 반대로 절세계좌의 몰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찬물을 끼얹었다. 이미 외면받기 시작한 ISA에 MZ의 발길을 다시 돌리기에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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