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우려로 글로벌 자금이 미국 자산을 외면하고 독일, 일본 등 대안적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KB증권은 22일 발간한 'Global Insights' 보고서에서 "미국 자산의 대안을 찾아 떠나는 해외 자금들이 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등지고 떠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의 한계 수요자가 미국 내 투자자뿐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안전자산으로 독일 국채가 주목받으며 유로화 강세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달 들어 유로-달러 환율은 1.15달러를 넘어서며 6.48% 급등한 반면,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25.8bp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0bp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위험선호 심리가 높아지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독일 국채 금리는 상승하는데, 유로화와 독일 국채가 모두 강세를 보이는 것은 드문 현상"이라며 "투자자들이 트럼프의 미국을 신뢰하지 않고 대안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이 미국(20개국)보다 많은 73개국과 FTA를 체결했고, FTA 체결국의 GDP 비중도 EU(44.2%)가 미국(35.9%)보다 높다는 점을 매력적인 대안의 근거로 제시했다.

독일뿐 아니라 일본 국채와 엔화 역시 도피처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증권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은 지난달 만기 10년 이상 일본 국채를 2조 1천800억 엔(약 155억 달러) 순매수했으며 전체 만기로는 6조300억 엔(약 428억7천만 달러)을 순매수해 2004년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4월 들어서도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며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18.1bp 하락했고, 달러-엔 환율은 6.11% 급락(엔화 강세)했다.

이러한 현상은 달러화의 전반적인 약세로도 확인된다.

달러 인덱스는 98포인트를 하회하며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유로, 엔화 등 주요 통화는 물론 MSCI 기준 전세계, 유럽, EAFE(미국 제외 선진시장), 태평양 등 선진시장 통화 바스켓 대비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사실상 달러 투매 현상이 외환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달러 펀딩에는 어려움이 없다.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 약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선제적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파월 의장을 '느림보(Mr. Too Late)'라고 비판한 점도 미국 자산 신뢰도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KB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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