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 모두 전방위 세제지원 약속…증세 언급은 없어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6·3 대선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조세정책 공약은 '감세 일변도'로 요약된다.
두 후보 모두 증세에 대한 언급 없이 기업과 소상공인, 직장인에 대한 전방위 세제 지원책을 쏟아냈다.
다만, 이 후보는 세금 감면 제도가 방만하게 운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세지출을 정비하겠다고 약속해 차별화를 꾀했다.
김 후보는 공약집에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제 개편을 포함시킨 점에서 주목받았다.
◇李, 전략산업·청년 창업기업에 세제지원 확대 약속
29일 정치권과 관가에 따르면 이 후보와 김 후보의 대선 공약집에서 공통적인 조세정책 관련 키워드는 '세제혜택 강화'다.
두 후보는 공약집에서 증세에 대한 언급 없이 기업과 소상공인,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세제 지원을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3년간 내놓은 감세 일변도 정책이 대규모 '세수 펑크'의 원인이 됐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표심을 의식해 또다시 감세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이 후보는 기존 통합투자세액공제와 별도로 신성장·원천기술급 첨단제품에 대한 전략산업 국내생산 촉진세제를 신설해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략산업 국내생산 촉진세제는 국내에서 최종 제조한 제품을 국내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경우 국내 생산량·판매량에 비례해 법인세 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민주당은 국가대항전으로 확대되고 있는 전략산업 보호를 위해 필요 시 일정 요건 하에서 전략산업 국내생산 촉진세제에 따른 세액공제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 후보는 인공지능(AI) 등 기술 중심 청년 창업기업의 세제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AI 등 기술 중심 청년 창업기업에 대해서는 현재 5년 50~100%로 돼 있는 법인세 감면 혜택의 기간과 한도를 상향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해 취업 후 3년간 소득세의 70%(청년의 경우 5년간 90%)를 감면하는 제도도 AI 등 기술 중심 청년 창업기업에 대해서는 감면 기간과 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지원과 관련해선 소상공인 사업장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및 한도 확대와 착한임대인 세액공제 상시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후보는 소득세 체계를 가족친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부부단위 과세표준을 신설해 부양가족에 대한 각종 공제 항목을 부부 중 누가 공제받는 것이 유리한지 고민할 필요가 없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자녀 수에 따라 신용카드 소득공제율과 공제 한도를 높이고 자녀세액공제를 추가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초등학생 자녀의 예체능학원·체육시설 이용료를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에 추가할 계획이다.
이 밖에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가치세 면제 확대와 월세 세액공제 대상자 소득 기준 상향, 통신비 세액공제 신설 등도 이 후보가 제시한 대표적인 감세안으로 꼽힌다.

◇金, 법인세·상속세·소득세 부담 경감 강조
김 후보는 법인세와 상속세, 소득세 등 각종 세 부담 완화를 골자로 하는 세제 개편안을 공약집에서 비중 있게 다뤘다.
먼저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법인세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상속세에 대해서는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고 과세 체계를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했다.
상속세 인적공제는 일괄공제의 경우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자녀공제의 경우 1인당 5천만원에서 4억원으로 한도를 늘리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근로소득세 기본공제를 기존 15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상향 조정해 중산층·서민·근로자의 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육아용품 등 생활필수품 부가세 면세 확대, 초등학생 자녀 예체능 학원비에 세액 공제 혜택 부여 등도 중산층과 서민을 타깃으로 한 공약이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에 대한 과세 체계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김 후보는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선 보유주택 호수에 따른 차등 과세를 가액 기준 과세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놨다.
아울러 주택 거래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유예 중인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폐지하고, 비수도권 지역 주택 구입에 한해 취득세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주주환원 촉진세제를 신설하는 방안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퇴직연금과 개연연금을 장기 수령하는 연금소득자에 대해 연금소득세를 경감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소비 활성화 차원에서 전통시장 산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현행 40%에서 50%로 확대하고 일몰 기한을 3년 연장하는 공약도 제시했다.
◇李, 조세지출 정비로 차별화 시도
이 후보는 세제 지원 강화를 약속하면서도 비과세·감면, 공제 등 세금을 줄여주는 조세지출을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김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구체적으로 비과세·감면 정비 대상으로 분류되는 적극적 관리 대상 조세특례 항목을 정비해 국세감면 법정한도를 준수하겠다는 공약이다.
국가재정법상 국세감면율은 직전 3개년 평균치에 0.5%포인트(p)를 더한 한도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국세감면율은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법정한도를 넘겼다. 올해에도 국세감면율이 15.9%로 법정한도(15.2%)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일단 조세지출 조정이 좀 필요할 것 같다"며 "세금 감면제도가 너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어서 이 부분을 조정하면 상당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지출 조정도 필요하다"며 "그 안에서 선후 경중을 따져 급하지 않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새로운 정책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은 것들은 조정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증세 등 뚜렷한 재원 조달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조세지출과 재정지출 조정만으로는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추산한 이 후보와 김 후보의 공약 이행 비용은 각각 210조원과 150조원에 달한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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