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외국인의 원화 채권 보유 규모가 3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2021년 9월 이후 약 3년 8개월여 만이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꾸준히 원화 채권 순매수를 이어가면서 보유 규모를 빠르게 늘렸다. 순매수와 순매도를 오가는 주식시장에서의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국고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과 우리나라의 탄탄한 재정건전성 등 대외 신인도 개선, 재정거래 유인 증가, 원화 절상 기대 등이 외국인의 원화 채권 투자를 가속했다고 평가했다.

5일 연합인포맥스 '금감원 외국인 잔고'(화면번호 4576)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외국인의 원화 채권 보유 금액은 약 300조5천억원이었다.

외국인의 월별 원화채권 잔고 추이
출처 : 연합인포맥스 '금감원 외국인 잔고'(화면번호 4576)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원화채 잔고 증가의 배경으로 WGBI 편입을 꼽았다.

편입 시작 시점이 당초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미뤄지긴 했으나 편입 자체는 확정된 터라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높아진 점도 외국인의 보유 잔고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입장에서 봐도 원화 채권에 대한 평가 잣대가 '살 만한 채권'이라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는 듯하다"며 한국의 건전성을 짚었다.

재정거래 유인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원화 채권 투자는 더욱 가속화됐다.

외국인 투자자가 달러를 조달해 환 헤지 이후 원화 채권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무위험 차익 요인인 스와프 베이시스 역전 폭이 확대되면서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외국인의 재정거래 유인이 3월, 4월부터 급격히 좋아지면서 단기채 매수가 전년 대비 상당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원화 저평가까지 맞물리면서 외국인 투자에는 더욱 속도가 붙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환 헤지 비용이 많이 들어 해외 투자가 주춤해졌지만, 외국인의 경우 한국의 건전성은 높게 보는데 원화는 저평가돼 있다 보니 채권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듯하다"며 "외환 변동성 등으로 차익거래 유인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꾸준히 매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본드 포워드는 초장기물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장외 투자자 거래 종합'(화면번호 4565)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 전월까지 국고채 30년 지표물(25-2호)을 약 7조8천억원 순매수했다. 30년 경과물(24-8호)은 약 3조5천억원을 순매수했다.

두 종목의 매수 규모만 11조3천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0년물을 6조8천억원가량 사들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장세다.

앞선 증권사 딜러는 "보험사들의 1분기 본드 포워드 물량이 전년 대비 증가했던 것으로 볼 때 이에 따른 초장기물 매수세 또한 외국인의 잔고 확대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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