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긴 데에는 우리나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연합인포맥스의 금융감독원 외국인 원화채권 잔고(화면번호 4576)를 보면 지난 5월말 기준 외국인 원화채권 보유 금액은 약 300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 9월에 200조원을 넘어선 이후 약 3년 8개월 만에 30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올해에만 30조원 이상 늘어나면서, 빠른 속도로 잔고 자체가 확대되고 있다.
그간 외국인이 원화채권 보유를 늘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앞서 지난 2013년 5월에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달성한 이후 수년간 100조원 안팎을 등락하면서 규모가 크게 정체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그러다 2018년 2월 이후부터는 완연하게 100조원을 넘기면서 외국인의 원화채 선호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특히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까지 낮추고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지면서, 재정거래 유인이 크게 확대된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원화채의 절대금리 매력이 부각되면서 수익성이 높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다.
이와 맞물려 한국 국채의 WGBI 편입이 추진되면서 외국인의 투자 유인이 점차 더 높아졌다.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국채시장 선진화'를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WGBI 편입에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가해졌다.
WGBI 편입을 위해 외국인의 국채투자 이자·양도소득세 비과세, 국채통합계좌 개설 등 외국인의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제도 개편이 속속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지난 2022년 9월에는 WGBI 워치리스트에 등재되고 2024년 10월에는 WGBI 편입이 확정되면서, 외국인의 액티브·패시브 자금 유입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FTSE러셀이 한국의 WGBI 편입 시점을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연기한 바 있어, 내년부터 패시브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편입 완료 시기는 기존 계획인 내년 11월로 동일하다.
정부는 WGBI 지수 추종 자금을 고려할 때 약 80조원 내외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자금과 더불어 추가로 들어올 액티브 자금 등을 고려하면 외국인의 원화채 보유 규모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400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화채에 투자하는 외국인 자금은 대체로 주요국 중앙은행, 국부펀드, 국제기구 등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격의 자금인 것으로 알려져서, 국채시장 안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 채권시장 참여자는 "내년 국고채 발행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WGBI 편입으로 인한 새로운 외국인의 자금 유입은 국채 수요를 탄탄하게 떠받쳐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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