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기대감에 코스피 급등…과거 허니문은 '반짝' 그쳐
거대 여당 배경 정책 추진력 기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나타난 '허니문 랠리'가 코스피를 연일 끌어올리고 있다.
과거 경험상 새 정부 초기 기대감만으로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기 어렵지만, 이번에는 거대 여당을 배경으로 한 강력한 정책 추진력이 과거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코스피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선 직전 2,600선에서 움직이던 코스피는 이날 2,900까지 돌파했다. 외국인들도 엿새 연속 순매수에 나서며 신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거래소에 직접 방문하는 등 정책 드라이브 열을 올리자 시장에서는 '꿈'으로만 생각하던 코스피 5,000 공약 실현에도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 과거 허니문 랠리, 대부분 단기에 그쳐
과거 새 정부 출범 초기의 증시 허니문 효과는 대부분 단기에 그쳤다. 정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지속적인 상승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경험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에도 코스피는 일시적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후 정책 불확실성과 규제 강화 우려로 '박스피' 장세가 이어졌다. 임기 말인 2021년 코로나19 유동성 장세로 3,000선을 돌파했지만, 이는 정부 정책보다는 글로벌 통화완화 효과가 컸다.
윤석열 정부 때도 비슷했다. 2022년 취임 직후 단기 상승했지만, 글로벌 긴축 기조와 경기 둔화 우려로 연간 24.89% 하락을 기록했다. 2024년 들어서야 기업 실적 개선과 정책 효과가 맞물리며 반등세를 보였다.
◇ 이번엔 다르다…거대 여당의 '실행력'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정치적 환경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한 거대 여당의 지원을 받아 정책 추진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자신을 '아주 오래된 휴면 개미'라고 소개하며 한국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직접 체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우량주 장기 투자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이제는 다 바꿔야 한다. 투자할 만한, 길게 보면 괜찮은 시장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 수단이 상법 개정안이다. 과거 정치적 타협의 어려움으로 번번이 후퇴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신속한 입법화가 가능한 상황이다. 민주당이 재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에게까지 확대하고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최대주주의 감사위원 선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 도입과 유예기간 없는 즉시 시행 조항이 핵심이다.
이 대통령은 배당 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개편이나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며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에만 배당소득세를 깎아주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시경제 차원에서는 20조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내수 진작도 계획되고 있다. 적극적인 재정 투입으로 기업 실적 개선도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런 정책 변화가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재평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새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의지를 반영해 올해 하반기 코스피 밴드 상단을 기존 PBR 0.95배에서 1배로 상향 조정해 지수 상단을 3,000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의지로 코스피 시장의 성격이 바뀌었다"며 "이제는 다르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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