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전기차 집중한 중국업체 상위권 싹쓸이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정수인 기자 =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무공해차량(ZEV) 전환 평가'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확대한 영향으로, 순수 전기차에 집중한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오히려 평가에서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비영리기관(NGO)인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는 최근 발간한 '2024/2025 글로벌 자동차회사 평가(Global Automaker Rating)' 보고서에서 주요 완성차의 ZEV 전환 평가를 발표했다.
ZEV는 전통적인 내연기관(엔진)이 없어 배기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차량으로, 순수 전기차 또는 수소차만 해당한다.
순위를 보면 테슬라(TSLA)가 80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중국의 비야디(BYD)가 74점으로 2위에 올랐다.
이어 지리(Geely)가 56점으로 3위, 상하이자동차(SAIC)가 53점으로 4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리는 2023년(48점) 공동 7위에 머물렀다가 올해 점수가 8점 오르며 순위가 급등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판매 기준 세계 21대 완성차 제조사를 대상으로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차의 배터리 재활용, 친환경 철강, 목표와 투자 등 10개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 하이브리드의 역설…친환경 전환에 뒤처진 韓·日
현대차·기아는 총점 33점을 기록하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전년도 점수(34점)보다 1점 떨어지며 '전환자(Transitioner)' 등급에서 최하위 등급인 '느림보(Laggard)'로 강등됐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전기차 주행거리(73점)와 충전 속도(76점) 등 기술적 성능은 경쟁력을 유지했지만, 전환 의지와 전략 부문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특히 배터리 재활용 및 용도 변경 항목 점수는 61점으로 전년보다 39점 급감했다.
일본 완성차들도 일부 개선 조짐을 보였지만,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혼다는 미국 시장에 첫 순수전기차 '프로로그'를 선보이며 기술 성능 점수를 소폭 끌어올렸고, 닛산 역시 기존 하이브리드 목표에서 순수전기차 목표를 별도로 분리하는 등 변화에 나섰다.
ICCT는 "일본과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며 "특히 일본 완성차들은 기존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을 고수하며, 순수전기차 전환 속도가 더디다"고 지적했다.
◇中, 전기차 판매 비중·모델 다양성 압도적 우위
BEV만을 생산하는 테슬라를 제외하면 ZEV 판매 비중 기준 중국 제조사들이 상위 7위까지 석권했다.
BYD는 ZEV 판매 비중 75%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상하이자동차는 47%, 지리 42%, 장안(Chang'an) 34% 등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13%포인트(p)씩 올랐다고 분석됐다.
모델 다양성 측면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두각을 나타냈다.
보고서는 지난해 ZEV 적용 차급 상위 5위가 모두 중국계 자동차 제조사였다고 밝혔다.
상하이자동차는 차급별 커버리지에서 81%를 기록해 만점(100점)을 받았다.
지리와 체리(Chery)는 새 모델 출시로 각각 94점, 92점을 받았다.
보고서는 "지리와 상하이자동차의 전기차(B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 판매 비중이 50%를 달성해 2025년 목표를 1년 앞당겨 달성했다"며 "ZEV 차급 커버리지에서 상위 5위권을 선점한 중국 제조사들이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통해 높은 시장 점유율을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지리와 체리를 제외하면 인도 제조사인 타타모터스(Tata Motors)와 일본 제조사 혼다(Honda) 외에는 모델 라인업을 강화한 곳은 없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ICCT는 "테슬라, BYD, 지리 등 일부 기업만이 각국 정부의 규제 수준을 이미 충족하거나 초과하는 속도로 전기차 전환을 이끌고 있다"며 "대다수 글로벌 완성차는 규제 대응에도 미치지 못하는 느린 전환 속도를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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