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인포맥스) 29일 달러-원 환율은 1,410원 안팎에서 출발할 전망이다.
상당 기간 저항선으로 작용해 온 1,400원선을 뚫고 단숨에 1,410원대까지 점프한 만큼 안착할 레벨을 찾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규모 투자 압박과 견조한 미국 성장 지표 등 굵직한 재료를 소화한 가운데 당장 방향성을 제시할 변수가 없어 소폭 하락하는 데 그칠 공산이 크다.
달러-원 상승을 부추겨 온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관한 세부 논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관세를 빌미로 막대한 투자를 요구하는 미국과 이를 방어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줄다리기가 팽팽한 분위기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환시 충격과 이를 방어하기 위한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논의는 첫 단추에 불과하다는 게 우리측 입장이지만 미국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듯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당국이 환율 급등을 용인해 미국을 설득하는 논리로 쓸 수도 있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올 정도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우리 정부 최고위 관계자들이 우려를 전해 미국 측에서도 이 사안을 가볍게 여기지 않겠지만, 현재로서는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워 시장 참가자들도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이르면 이번 주에 통화스와프와 무관하게 통상 협상 일환으로 진행된 환율 합의 결과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통해 미국의 입장을 엿볼 수 있을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환율 합의에 대해 한국은 환율 조작국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의 경제 상황과 이에 연동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 경로도 달러-원에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2분기 경제 성장률이 기대를 웃도는 등 경기가 양호한 상황임을 보여주는 지표가 나오자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후퇴했으나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걸만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자 다시 금리 인하 기대가 살아났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PCE 물가지수는 전달 대비 0.3%, 전년 대비 2.7% 올랐고,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9% 상승했다.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한 수준이다.
이에 차츰 오르던 달러 인덱스는 반락했으나 98 초반대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 주 발표될 예정인 9월 고용보고서와 ADP 민간 고용 등을 통해 미국의 고용 여건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달러-원도 방향성을 잡기 어려워 보인다.
여러모로 시장 참가자들이 고민의 시간을 가질 때는 수급의 영향력이 클 수 있다.
월말을 맞아 수출업체들이 1,410원선을 단기 고점으로 인식한다면 네고 물량이 쏟아지면서 달러-원이 아래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최근 무게가 실린 달러-원 상승 기대와 기업들의 달러화 보유 경향이 네고 물량을 제한할 경우에는 네고로 인한 하방 압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동향도 관건이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주식을 7조원 규모로 사들인 외국인들이 주가가 고점을 찍고 내려오자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6일 순매도 규모가 5천700억원으로 약 1개월여만에 최대를 기록했는데 매도 흐름이 이어질 경우 달러-원 상승 압력을 가중할 전망이다.
반대로 다시 매수세로 돌아선다면 달러-원 상단을 제한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날 연준 고위 관계자들의 연설이 대거 예정돼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자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공식 석상에서 발언한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와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연설에 나선다.
연준 내부 분위기를 다시 한번 점검할 기회인 셈이다.
달러-원은 지난 27일 오전 2시에 끝난 야간 거래에서 정규장 종가 대비 2.70원 낮은 1,40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지난 27일 1,407.70원(MID)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2.00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412.40원) 대비 2.70원 하락한 셈이다. (경제부 시장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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