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산업을 둘러싼 미국의 정치적 지형이 최근 빠르게 변하고 있다. 크립토 산업 규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전격 승인해 기관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활로를 열었고, 지난 23일(현지시간)에는 이더리움 현물 ETF도 승인했다.

이더리움 현물 ETF가 상품화되기 위해서는 19b-4신청서(거래규칙 변경 관련 신고서)와 S-1공시(증권신고서) 모두를 SEC가 승인해야 하는데 이번에 승인된 것은 19b-4로 S-1 승인이 아직 남아있다. 그러나 사실상 시간과 절차상의 문제만 남은 것으로 판단된다. 올 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과정에서도 SEC가 해당 신고서들의 내용 수정을 요청했고, 거래소와 운용사의 재제출이 이행된 후 최종 승인된 바 있다. 이더리움 현물 ETF의 최종 승인은 빠르면 3개월 이내, 늦어도 올해 말경에는 완료될 가능성이 높다.

<이더리움 현물 ETF 신청과 SEC의 승인 기한

이번 SEC의 승인 결정이 특별한 이유는 5월 초까지만 해도 이더리움의 현물 ETF 승인이 올해 상반기 중에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SEC는 크립토 업계와 수년간 줄소송을 이어왔고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 거래소에 대해서도 SEC에 신고되지 않은 미등록증권 거래를 허용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의 경우 SEC의 증권성 판단 여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여겨졌고 실제로 SEC는 블랙록, 피델리티, 프랭클린 템플턴, 아크21 셰어즈, 해시덱스, 반에크 등의 이더리움 현물 ETF 신청 승인 결정을 수개월간 미뤄왔다.

그러나 극적인 반전은 반에크 운용사의 이더리움 ETF 승인 결정 최종 데드라인을 불과 3일 앞두고 일어났다. 5월 20일 SEC가 운용사와 거래소들에 19b-4를 수정해 재제출하라고 통보했고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더리움 가격은 현물 ETF 승인이 임박했다는 기대를 반영해 하루 만에 20% 이상 급등했다.

SEC가 입장을 갑자기 선회한 데에는 온라인카지노 불법 유니88벳 규제를 두고 SEC와 오랫동안 대치 상태를 이어왔던 미국 의회가 온라인카지노 불법 유니88벳 친화적인 법안을 통과시키며 최근 행보를 적극 강화한 점,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친온라인카지노 불법 유니88벳 정책이 미국 정치권에서 화두로 떠오른 점 등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판단된다.

◇ 미국 은행의 암호화폐 수탁 가로막는 SEC 회계 지침, 의회에서 무효 처리

SEC의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결정이 이뤄지기 6일 전인 5월 17일 미국 상원에서는 SEC가 제시한 암호화폐 수탁기관에 대한 엄격한 회계지침(SAB 121)을 '무효화하는' 초당적인 공동 결의안(HJ Res. 109)이 찬성 60표, 반대 38표로 최종 통과되는 사건이 있었다. 상원 통과에 앞서 하원에서도 해당 결의안이 이미 통과되었다.

이번 투표 결과를 계기로 미국 상원과 하원은 2년간 유효했던 암호화폐 수탁에 대한 엄격한 회계 지침을 무효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백악관은 앞서 해당 결의안이 통과되면 백악관은 거부권을 행사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SEC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SAB121(Staff Accounting Bulletin Number 121)이란 고객을 위해 암호화폐를 보유 중인 기업이 회계 지침을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 SEC 스태프의 견해를 나타낸 문서다. 해당 기업으로 코인베이스, 뱅크오브뉴욕 멜론 등이 있다.

SAB121은 암호화폐가 기존 자산과 달리 고유한 위험과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어 더 엄격한 회계처리가 필요하다고 보았고, 따라서 고객의 암호화폐를 수탁하는 기업은 보관 중인 암호화폐를 대차대조표에 자산과 부채로 기록할 것을 요구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업이 고객을 대신해 자산을 대신 보관 중인 경우 기업의 자산, 부채로 여기지 않아 대차대조표에 기록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SEC가 차별적으로 대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SAB121에 따르면 고객의 암호화폐를 수탁 중인 은행은 해당 자산을 소유한 것처럼 간주하여 대차대조표에 포함해야 하고 은행은 자산의 위험가중치에 따라 추가로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바젤Ⅲ 리폼에 명시한 위험가중치를 대입할 경우 스테이블코인과 토크나이즈드 온라인카지노 불법 유니88벳 에셋(Tokenized crypto asset·전통자산을 디지털화한 자산)은 기존과 동일한 위험 가중치를 적용받지만, 여기에 속하지 않는 다수의 암호화폐들은 2a 또는 2b 그룹에 속하게 되어 각각 100%, 1,250%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된다. 수탁자산 규모의 100% 또는 12.5배에 달하는 자기자본을 확보해야 해 사실상 은행은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 이번 의회 결정은 은행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SEC의 회계 지침에 미국 상·하원이 모두 반대 표시를 한 중요한 사건이었다.

◇ 디지털 상품 vs. 증권 간 분류기준 제시한 법안 하원 통과

이와 함께 지난 22일 미국 하원은 디지털자산 규제 권한을 주로 상품거래위원회(CFTC)에 부여하고 SEC의 권한을 제한시키는 법안(FIT21 bill·Financial Innovation and Technology for the 21st Century Act)을 전격 통과시켰다. 상원 표결이 아직 남아있지만 온라인카지노 불법 유니88벳 산업 육성에 대해 비교적 소극적이던 민주당 하원의원들로부터도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해당 법안은 초당적 지지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FIT21은 하원 농업위원회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2023년 7월 공동 발의한 법안으로 SEC와 CFTC가 암호화폐를 감독하는 방식을 명확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법안의 '증권' 정의를 충족하지 않는 디지털 자산에 대해서는 '디지털 상품'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해당 자산을 CFTC의 관할 범위에 포함시켰다.

FIT21에 따르면 어떤 디지털 자산이 블록체인의 기능적 요건을 갖추었고 분산화(Decentralized) 요건도 갖춘 경우 CFTC는 이를 '상품'으로 규제해야 한다. SEC는 블록체인의 기능적 요건을 갖추었지만 분산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디지털자산에 대해서만 규제 권한을 갖게 된다.

SEC는 블록체인의 기능적 요건을 충족하고 있으나 분산화 요건은 충족하지 못한 디지털 자산을 관할하며 증권(security)으로 규제한다. CFTC는 블록체인의 기능적 요건과 분산화 요건을 충족한 디지털 자산을 관할하며 상품(commodity)으로 규제한다.

결국 CFTC와 SEC 중 어느 쪽 규제 관할에 속하는지는 '분산화' 여부에 달려있다. 그간 SEC는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기준으로 대부분의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판단해왔고 이를 근거로 암호화폐 발행자와 거래소가 미등록 증권을 발행, 거래시켰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FIT21은 분산화 요건을 충족할 경우 이를 '상품'으로 보고 CFTC에 규제 권한을 부여한다. 따라서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동안 모호한 증권성 기준으로 인해 SEC의 소송 위험에 직면해있던 디지털 자산들이 SEC의 권한에서 벗어나 CFTC의 관할에 속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누구도 지난 12개월 동안 블록체인 사용과 제어를 통제할 수 있는 단독적인 권한을 갖고 있지 않고, 발행자나 관계자가 디지털 자산의 20% 이상을 통제하거나 20% 이상의 거버넌스 투표권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 분산화한 것으로 분류한다.

20%라는 수치가 분산화의 기준으로 적정한가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디지털 증권과 상품을 분류하는 기준을 제시했고 누가 규제하는지에 대한 명확성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해당 법안은 미국 크립토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고 볼 수 있다.

그간 미국은 포괄적인 규제 프레임워크 부재로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규제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옮겨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법안이 미국에서 통과된다면 더 많은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미국에서 프로젝트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블록체인 산업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강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미국 대선 앞두고 뜨거운 화두가 된 친온라인카지노 불법 유니88벳 정책

결국 SEC의 급작스러운 이더리움 ETF 승인 결정의 이면에는 온라인카지노 불법 유니88벳 산업을 육성하려는 미국 양당 의원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지지 표명, 11월 대선에서 표심을 잡으려는 후보들의 친온라인카지노 불법 유니88벳 표방 경쟁, SEC 의장의 강경한 스탠스가 대선에 부담이 된다는 미국 민주당 내 인식 등이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블록체인 기업 디지털 커런시 그룹(DCG)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애리조나,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주요 경합 주들에서 유권자의 20% 이상이 암호화폐를 선거의 핵심 이슈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는 최근 미국이 암호화폐 산업의 리더가 되어야 하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산업 성장을 억압하고 있다고 공개 비난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11월까지 이어지고 대선 공약과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미국의 크립토 정책 방향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직 국내에서는 증권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가 승인되지 않은 상태이나 미국의 흐름을 볼 때 국내에서도 머지않아 비트코인, 이더리움 ETF 중개와 거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법인, 금융기관들이 ETF를 통해 손쉽게 가상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게 되면서 가상자산은 주식, 채권과 같은 정식 자산군으로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미선 해시드오픈리서치 리서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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