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일본 채권 시장에서 초장기 국채의 금리 상승이 두드러진 가운데 매수자가 점차 사라지면서 유동성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채권 헤지펀드 중 하나인 캐프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아사이 마사오 공동 창업자는 29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초장기채의 유동성은 위기적 상황"이라며 "매 입찰마다 '미니 영국 트러스 쇼크'를 보는 듯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잉 발행 속에 일본은행(BOJ)이 국채 매입을 줄여온 부작용이 뚜렷이 드러났다"며 "BOJ가 다시 국채 매입에 나서야 할지, 아니면 재무성이 발행 계획을 재검토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531)에 따르면 일본 국채 30년 만기 금리는 현재 2.7%로 3% 돌파를 가시권에 두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20년 이내에 보지도 못한 수준인 2.8661%까지 오르기도 했다.
아사이 창업자는 "일본은 신규 국채 발행량이 과도하게 늘어났으며 20년·30년 국채는 입찰 후 하루에 0.07~0.08%포인트씩 금리가 변동한다"며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은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달러 자산 매도 움직임에 달러 약세·엔 강세 또한 진행되고 있는 데 경고도 이어졌다.
아사이 창업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달러 기축 체제가 흔들릴 경우 미국 자체나 미국 은행들이 누려온 압도적인 우위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축통화로서 달러는 미국 번영을 뒷받침해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오히려 '미국이 착취당해 왔다'는 논리로 뒤집어버렸다"며 "미국으로 향하던 자금은 역류하기 시작했고,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 투자자, 특히 중국을 비롯한 국부펀드(SWF)들이 미국 자산에 대한 일극 집중 리스크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며 "달러 자산의 가치 하락 리스크를 느끼고 포트폴리오를 지키기 위해 선물이나 선도거래를 통해 달러 헤지(손실 회피)를 늘리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달러를 대신할 안전자산 대체 통화로는 유로화를 주목했다. 향후 유로 강세, 달러 약세에 따른 헤지 수요가 엔화 강세 또한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고 아사이 창업자는 지적했다.
그는 최근의 글로벌 권력 충돌이 트럼프의 관세 협상을 계기로 표면화되면서 자금 이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아사이 창업자는 "현재 미국은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어할 것"이라며 "EU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문제 등 중요한 이슈를 함께 안고 있으며, 이스라엘 문제를 둘러싸고도 중동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엔화 전망에 대해서도 그는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일본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을 헤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달러-엔 환율이 110∼125엔 사이로 밀려나더라도 이상한 것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만, 이미 엔 매수 포지션이 많이 쌓여 있어 관세 협상이 무난히 타결될 경우 엔화 강세가 되돌려지면서 달러-엔 환율이 한 번은 148엔 부근까지 복귀할 수 있다.
한편 BOJ의 금리 인상은 매우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트럼프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면서 금리 인상 경로 수정이 불가피해서다.
또 일본 참의원 선거도 고려하면, 여름 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게 후퇴한 상황이다.
아사이 창업자는 "모든 것은 미국 관세 정책과 일본 국내 정국의 결과를 지켜본 뒤에 결정될 것"이라며 "다음 움직임은 연말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고, 그때도 금리 인상일지 아닐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채는 공급 과잉 상태인 반면, 스왑 시장은 금리 인상 기대 포지션 청산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원래는 예금 기반 금융기관이 이런 왜곡을 조정해야 하지만, 리스크를 감수할 수 없는 환경 탓에 금리 시장에서 일그러짐이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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