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케네디 '강대국의 흥망'
[출처: 아마존]

(서울=연합인포맥스) ○…영국의 역사학자 폴 케네디는 저서 '강대국의 흥망'에서 제국이 붕괴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그는 '제국의 과잉팽창(imperial overstretch)'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제국이 지나치게 커져 경제력과 군사력의 균형이 깨지면 제국이 무너진다는 논리다.

대한민국 산업계에 제국이 있다면 어디일까. 아마 삼성전자[005930]가 첫손에 꼽힐 것이다.

연간 매출이 300조원에 이르는 삼성전자는 다양한 사업을 한다. 세트는 각종 가전과 스마트폰, 네트워크시스템을 만든다. 부품은 메모리반도체, 시스템반도체 설계 및 제조를 아우른다. 자회사를 통해 디스플레이와 전장, 오디오 사업도 영위한다.

그런 삼성전자가 전선을 더욱 넓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그룹을 15억유로(약 2조4천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기존부터 해오던 소규모 개별공조를 넘어 데이터센터, 공항, 공장 등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은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진 14일 삼성전자 주가는 0.88% 올랐다. 이날 코스피 상승률이 1.23%였음을 감안하면 시장은 삼성전자의 베팅을 그리 후하게 평가하지는 않은 셈이다.

삼성전자가 이달 들어 오디오와 냉난방공조(HVAC) 영역에서 단행한 두 건의 인수·합병(M&A)을 두고 일각에서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을 내놓은 것도 사실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신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한 M&A도 좋지만, 시장은 본업의 기술경쟁력 회복을 더 바라는 듯한 모양새다. 작년부터 엔비디아향 최신 고대역폭 메모리(HBM) 납품과 관련해 굵직한 보도가 전해질 때마다 주가가 크게 출렁였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고성장하는 HVAC 시장에 올라탄 삼성전자의 결정이 훗날 '신의 한 수'로 평가받을 가능성도 있다. 절대다수의 삼성전자 투자자도 그것을 바랄 것이다.

폴 케네디가 강대국의 흥망을 펴낸 시점은 1987년이다. 이때 미국은 경제 침체에도 소련과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계속해서 군비 지출을 늘리고 있었다. 폴 케네디의 제국 쇠퇴론은 미국에 던지는 경고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 이후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다. 미국은 또 다른 제국 소련을 따돌리고 세계 유일의 패권국이 됐다. 폴 케네디의 예언은 빗나갔다. (산업부 김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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