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일본 초장기 국채금리 급등과 관련, 일본 재정 상황에 경종을 울리는 채권자경단이 돌아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1일 "일본도 이제 금리가 존재하는(플러스로 전환한) 세계가 되어 채권시장이 일본은행의 통제에서 벗어나 시장 기능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채권시장은 통상 당국이 완전히 통제하기 어렵고, 때로는 혼란을 일으켜 당국 정책의 수정을 강요하는 '채권 자경단'으로도 불린다. 지난 2022년 영국 정부가 재원 마련 없이 감세 정책을 발표하자 영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시장이 마비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일 일본 국채 금리는 20년 국채 입찰 부진을 계기로 초장기물 중심으로 급등했다.

닛케이는 이에 대해 "배경에는 재정 팽창의 우려가 있다"며 "상환까지 20년 이상 걸리는 초장기 채권은 10년물에 비해 재정 리스크를 더욱 민감하게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여름 의원 선거를 앞두고 소비세 인하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졌고, 재정 팽창이 제어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특히, 소비세 인하의 재원을 적자 국채로 하자는 주장이 여당과 야당 모두에서 나오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신문은 "앞으로 국채가 추가로 발행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으며, 시장은 채권 수급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동시에 국채의 안정적인 수요 기반이었던 투자자 구성도 변해 일본 자국 투자자의 비중이 줄었다.

일본증권업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보험사의 채권 순매수액은 270억엔으로, 1년 전보다 95% 급감했다. 일본 보험사들은 수 년간 새로운 규제에 대응해 보험 상품(부채)과 운용 자산 간의 만기를 줄이기 위해 초장기 채권을 집중적으로 매수했지만, 이런 움직임은 거의 일단락됐다.

국내 투자자를 대신한 해외 투자자는 지난 3월 이후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피해 일본 국채로 넘어오기도 했지만, 이들은 일본 투자자보다 재정 리스크에 더 민감한 편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이렇게 안정적인 매수 주체가 줄어드는 가운데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행(BOJ)이 국채 매입 감축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시장에 우려를 더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국채 매입 감축에 나섰고, 지난달부터는 잔존 만기 10~25년 국채를 새롭게 감축하기 시작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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