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실을 말해달라'는 요구는 종종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욕망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언론본색'(인물과사상, 292쪽, 1만8천500원)은 이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일간지 기자와 경영자를 거쳐 대학에서 언론학을 가르치며 언론 현장을 두루 경험한 양상우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오늘날 한국 언론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언론'과 '수용자' 양면에서 살핀다.

저자는 언론이 신뢰를 잃게 된 배경으로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을 짚는다. 체계적 언론 교육의 부재와 뉴스 시장의 급변, 기업으로서 언론사가 안고 있는 수익 추구의 한계 등이다. 하지만 이 책이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언론 내부의 한계뿐 아니라 뉴스 수용자의 태도와 기대까지 시선을 확장한다는 데 있다.

진실을 요구하지만, 실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으려는 수용자의 심리. 저자는 이 이중적 태도가 언론의 방향성을 왜곡하고, 참언론을 추구하는 이들을 때로는 기레기로 몰아가는 풍토를 만든다고 지적한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언론의 편파성 논란이나 '정파적 보도'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떠올리게 한다.

책은 무겁고도 정직하다. 참언론은 진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로 인한 비난과 반발까지도 감수해야 한다는 저자의 통찰은 언론이 단순히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한 축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특히 "언론의 품질은 궁극적으로 언론 소비자가 얼마나 현명한지에 달려있다"는 문장은 저널리즘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독자 스스로의 성찰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언론본색'은 언론계 내부의 성찰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언론 생태계 전반과 그 생태계에 기여하는 우리 모두의 역할을 묻는다.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듣기 싫은 진실을 견디는 힘'일지 모른다. 독자에게도, 언론인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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