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세계적인 경제 석학이자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경제학자인 케네스 로고프는 미국은 금리에 도박을 건 세계 최대 채무국이라고 진단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의 로고프 교수는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이같이 말하며 "미국 달러가 4년 이내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얼마 전 나온 내 책에서는 달러의 위기, 혹은 인플레이션 위기가 5~7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했었는데, 도널드 트럼프의 몇 달을 지켜본 뒤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로고프 교수는 지난달 초순, 'Our Dollar, Your Problem'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내 책은 대통령 선거 당일에 다 썼기 때문에 누가 이길지 알 수 없었다"며 "양당 모두 무모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로고프 교수는 "트럼프는 달러 위기를 가속하는 촉매제이지, 그 자체가 원인이 아니다"며 "문제는 이미 다가오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로마 제국의 몰락은 외부의 적들 못지않게 내부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미국은 몇 가지 심각한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부채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채무국으로, 선진국 부채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그는 "기업 채권 역시 마찬가지로, 미국은 선진국 기업 채권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는 특히 금리가 상승할 때 취약해지는데, 미국은 금리에 도박을 걸었다"며 "그동안 항상 매우 낮은 실질 금리는 0% 또는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였는데, 이제 더 정상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로고프 교수는 "세계 최대 채무국은 금리가 상승하면 가장 취약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감세를 원하기 때문에 이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의 부채 수준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시장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국채 금리가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고, 더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미국이 부채 문제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로고프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내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달러 위기의 또 다른 이유는 좌파와 우파 모두의 압력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이 상실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그러면 달러는 엄청나게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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