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고법과 같은 판단…공정위 시정명령·과징금 취소

대법 "공정위 증거만으로 사업기회 제공행위 판단하기 부족"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와의 법정 다툼에서 최종 승소했다.

앞서 공정위는 SK그룹이 SK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이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면서 제재했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엄상필)는 26일 최 회장과 SK㈜[034730]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작년 1월 서울고등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법원은 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SK㈜가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 제공행위를 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사업기회 제공을 위한 전제로서 계열회사가 해당 사업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반드시 계열회사가 사업기회를 우선적·배타적으로 지배·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사업기회를 포기해 특수관계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극적 방법의 경우에도 그런 제공이 적극적 방법과 동등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계열회사가 다른 회사 다수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소수지분 취득 기회를 포기하고 그 소수지분을 특수관계인 등이 취득했다는 사실만으로 사업기회 제공행위가 곧바로 추단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며 "사업기회 제공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려면 해당 계열회사가 소수지분 취득 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 기회의 포기가 적극적 제공과 동등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 개별적·구체적으로 심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2022년 3월 최 회장과 SK㈜에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을 이유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6억원을 부과했다.

SK㈜가 2017년 웨이퍼 제조사 LG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잔여 주식 29.4% 인수 기회를 포기하고 이를 최 회장이 취득하도록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SK㈜가 확보할 이익이 부당하게 최 회장에게 돌아갔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당시 공정위는 이 사건에 대해 "지배주주가 절대적 지배력과 내부 정보를 활용해 계열회사의 사업 기회를 이용한 행위를 최초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과 SK㈜는 공정위의 처분에 불복해 2022년 4월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정위의 제재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패소한 공정위는 작년 2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사건이 접수된 지 1년 4개월 만에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 대해 사업기회 제공행위가 대법원에서 처음 쟁점이 된 사건이라면서 소극적 사업기회 제공행위의 경우에도 개별적ㆍ구체적으로 심사해야 한다는 실천적 판단기준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 판단이 확정된 전체 사건 91건 가운데 공정위가 승소한 사건은 일부승소를 포함해 83건(91.2%)이었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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