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경영상 목적 인정하지만 '외국 합작법인' 정관 위반"
영풍 "지배권 남용에 철퇴"…고려아연 "항소해 적극 소명"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고려아연이 2023년 현대자동차그룹을 대상으로 약 5천30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한 것을 법원이 무효로 했다.
경영상 필요는 인정하면서도, '외국의 합작법인'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는 정관을 위반했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민사부는 27일 원고 영풍[000670]의 주장을 받아들여 2년 전 고려아연[010130]의 현대차[005380] 해외 계열사 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현대차그룹의 해외 계열사인 HMG글로벌은 2023년 9월 고려아연 신주 104만5천430주를 5천272억원에 취득했다. 당시 양사는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과 관련한 협력 등을 약속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고려아연 지분 5%와 이사회 의석 한자리를 확보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은 "기존 주주를 배제하고 제3자에게 신주 발행을 할 경영상 목적이 인정되지 않아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현 경영진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또 고려아연 정관에 따르면 경영상 필요할 경우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상을 외국의 합작법인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HMG글로벌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고려아연 측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며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고려아연의 신주 발행이 경영권 방어만을 목적으로 이뤄졌다고는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영상 목적에서 신주 발행을 한 것으로 인정되고, 피고(고려아연) 경영진 측과 HMG글로벌 사이에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HMG글로벌이 우호주주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오로지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신주 발행을 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다만 정관을 위반한 유상증자여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HMG글로벌은 피고가 출자에 참여한 법인이 아니어서 외국의 합작법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HMG글로벌에 대한 신주 발행은 피고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위법이 있어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경영 대리인인 최윤범 회장이 주주가치를 보호하지 않고, 자기 지위 보존을 위해 지배권을 남용한 것에 대해 법원이 철퇴를 내린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려아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재판부가 중장기적 성장을 위한 신주 발행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며 "당사 정관의 외국의 합작법인에 대한 의미를 항소심에서 적극 소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작년 3월 제기된 소송은 1년 3개월 동안 7차례 변론기일을 거쳤다.
영풍 측 소송 대리는 법무법인 KL파트너스와 송우가, 고려아연 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담당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부터 최윤범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이 이어온 지배권 분쟁에서 중립을 지켰다. 작년 12월부터는 고려아연 이사회에도 참가하지 않고 있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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