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대한민국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 주요 시장 규제기관을 관할하며, 금융·자본시장과 기업 활동 전반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입법·감시 기구다. 특히 감독기관의 해석과 정책 방향이 제도권 밖 새로운 시도들과 충돌할 때, 그 해석의 균형을 잡는 무게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근 금융과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융합되며, 기존 법령 체계로 포섭되지 않는 새로운 서비스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법적으로 어떤 업권에 해당하는지, 별도 인허가가 필요한지, 혹은 규제 회피의 소지가 있는지에 따라 제도적 판단을 요구받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은 단순한 법 해석에 그치지 않고, 해당 사안에 대한 정치·정책적 해석이 덧붙여져 하나의 신호로 시장에 전달된다. 이처럼 제도와 기술 사이의 해석 차는, 경우에 따라 기업의 전략 자체를 수정하게 만들 만큼 강력한 파급력을 가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단순한 법률 자문을 넘어선다. 기업의 사업 구조와 기술적 배경이 왜곡되거나 과도하게 규제되지 않도록, 제도와 시장의 간극을 메우는 설명자로 나서는 것이다. 특히 해당 이슈가 정치적 관심을 받거나 공공의 감시 대상이 될 수 있을 때, 사안의 진의를 균형 있게 전달하는 법률가의 조율력이 요구된다.
필자는 과거, 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이 금융 연계 서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사안에 관여한 바 있다. 겉으로 보기엔 사용자 편의 기능에 불과했지만, 특정 금융업의 외형을 띤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인허가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후 관련 쟁점은 제도권 관계자들 사이에서 일정한 수준의 공적 검토를 거치며 해석의 기준이 재정립되었고, 결과적으로 해당 구조는 당초 방향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당시 필자는 이해관계자 측 요청에 따라, 관련 논의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질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정책적 우려가 형성되는 지점을 선제적으로 짚고, 입법 관계자 및 정책 결정권자에게 제도 정합성과 시장 안정성의 논리로 접근했다. 이후 관련 해석이 공식적으로 정리되며, 유사한 구조를 고려하던 시장 참여자들 역시 방향을 조정하게 됐다.
정무위원회는 시장과 제도 사이의 흐름을 연결하고, 때로는 시장에 대한 메시지를 형성하는 창구가 된다. 이 과정을 설계하고 전달하는 데 있어 법률전문가의 역할은 단순한 변호 그 이상이다. 변화하는 기술과 유동적인 규제 환경 속에서, 시장의 흐름을 읽고 제도권의 구조와 언어로 이를 번역해내는 법률가는 드물다. 새로운 사업이 경계 위에 있을 때, 그것을 기회로 만들지, 위기로 만들지는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일수록, 명확한 법적 근거와 정책적 언어를 함께 구사할 수 있는 전문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단순히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을 넘어, 제도의 언어로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법률가가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하다. (법무법인(유) 충정 김연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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