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나라와 미국의 통상 협상 목표로 삼았던 '7월(줄라이) 패키지'의 시한이 일주일가량 남았다. '원샷'에 깔끔한 성과를 낸다면 좋겠지만, 앞으로 추가 논의를 염두에 둬야 한다. 수십 개 국가와 협상하는 미국이 일정을 맞출 수 있겠냐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30일 "7월 8일을 넘겨서도 실질적 협상을 계속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도 사정이 복잡했다. 지난달 선출된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임기를 시작했다. 아직 국무총리를 비롯해 주요 국무위원들이 업무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G7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 간 담판을 통한 협상 진전을 기대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귀국으로 성사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우리나라의 변화는 진행 중이다. 한-미 통상 협상을 주도적으로 담당하던 산업부가 조직개편 대상이다. 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이외 통상과 산업 정책의 역할을 다른 부처와 통합 및 조정한다는 예상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번 주 정부 조직개편 초안을 공개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대미 통상 협상을 생각하면 조직 분리는 걱정되는 부분들이 있다. 관세 대응에 너무 많은 분야가 걸쳐있어서다.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미국의 에너지와 농수산물을 더 사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국방비에 환율까지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에서 미국과 첫 고위급 통상 협상을 마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번 협상은 단순한 관세 협상이 아니라 향후 한미 간 협력의 틀을 새롭게 구축할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의 기회"라고 평가한 이유다.
협상 효율성 측면에서 거대 부처가 용이할 수 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와 예산을 바로 집어넣을 수 있고, 보고체계와 의사결정도 빠르다. 가치관이 부딪힐 때는 특히 그렇다. 유예된 상호관세가 재발효되면 속도에 대한 압박은 심해질 것이다.
국정 철학에 입각한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다면 통일된 '원보이스'가 중요하다. 산업부 고위급만 보면 통상 협상 '경력직'인 여한구 본부장에 '기업가' 출신 김정관 장관 후보자가 가세했다. 기후에너지부 장관은 '환경'에 중점을 둔 인물의 선임이 점쳐진다. 그동안 형성한 가치관이 충돌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좋지 못하다. 예를 들어, 신재생 에너지를 앞세우는 기후에너지부 장관이 미국 천연가스 수입에 반대한다면 잡음은 커질 것이다.

미국은 관세 협상 과정에서 고위급 인사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 국제적 신뢰가 훼손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관세율과 부과 품목, 시기에 있어 오락가락했다.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를 두고는 '엉망진창 이혼'이라는 수식어까지 한때 붙었다. 미국이야 갑의 위치에서 이래도 넘어갈 수 있지만, 우리나라가 조금이라도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면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산업부에 새로 지명·임명된 고위 인사들은 모두 통상-산업-에너지의 유기적 움직임과 협력을 강조했다. 한-미 통상 협상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이는 더욱 빛날 것이다. 부처의 고유 기능은 발전시키면서도 칸막이는 없애야 한다. 사공이 많은 배가 빠르게 바다로 나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때다. (산업부 이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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