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외국인들의 원화채 투자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특은채 매수세가 매섭다.
한동안 통안채를 사들이면서 금리 강세를 주도했던 데 이어 캐리 수익을 좇아 특은채를 다시 매수하는 분위기다.
3일 연합인포맥스 '장외 투자자전체 거래/잔고 추이'(화면번호 4663)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의 원화 채권 보유 잔고는 300조9천384억원이었다.
외국인 보유 잔고는 지난해 9월 말 250조원을 돌파한 후 한동안 정체 국면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다시 빠르게 잔고를 늘렸다.

외국인은 최근 특은채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에만 IBK기업은행과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채권을 총 5조3천6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5년 내 월간 기준 최대 규모다.
외국인은 지난 2월과 3월 특은채를 대량 매도하면서 물량을 줄였으나 지난달 이를 다시 사들였다.
반면 한동안 적극적으로 매수를 이어갔던 만기 1년 이하 통안채 투자 열기는 주춤했다.
외국인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매달 1조원 이상 해당 채권을 순매수했다.
2월 1조2천800억원이던 순매수 규모는 3월과 4월 각각 1조8천838억원, 1조7천180억원까지 늘었다.
다만 이후 해당 채권 순매수 규모는 1조원 미만으로 감소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재정거래 영향으로 외국인의 1년 이하 통안채 매수 열기가 이어졌으나 최근 해당 유인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했다.
이후 캐리 수익을 좇아 특은채로 관심이 몰리고 있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스와프레이트 반등으로 재정거래 유인이 악화하면서 지난 5~6월부턴 외국인의 통안채 수요가 감소했다"며 "다만 상대적으로 금리 메리트가 있는 특은채로 수요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합인포맥스 '일별 CRS·IRS'(화면번호 2403)에 따르면 1년 스와프베이시스 역전 폭은 지난 5월 23일 -72.75bp까지 확대됐다.
역전 폭이 클수록 외국인의 재정거래 유인이 커진다.
CRS(SOFR)와 IRS의 차이인 이 지표는 지난달 중순까지 60bp 후반에서 70bp대를 보였으나 이후 빠르게 축소해 전일 -57.00bp 수준까지 좁혀졌다.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 등에 힘입어 통안채 금리 부담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통안채 1년물 금리는 지난 3월 말 2.623%에서 5월 말 2.274%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고채 1년물 금리가 2.607%에서 2.276%까지 하락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통안채의 스프레드 축소 폭이 더욱 가팔랐다.
외국인의 단기 국고채·통안채 매수세로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1년 이하 크레디트물의 매력은 커졌다.

다른 증권사 채권 딜러는 "2분기에 1년 이하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확대됐는데 이는 크레디트물의 금리 상승보단 외국인 재정거래에 따른 강한 단기 국채·통안채 매수가 만든 측면이 컸다"며 "그러다 관련 수요가 줄고 특수 수요로 지난달 특은채 매수가 거세지면서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일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가격 차익보단 캐리 수익으로 투자자의 관심이 옮겨간 점 또한 특은채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특은채로 넘어가는 건 국내 기관도 그렇지만 캐리 목적"이라며 "한국 금리가 많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본다면 가격으로 벌겠다는 베팅보단 이자수익을 고정해 안정적인 성과를 챙기겠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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