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세계 경기 불황 지수가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이전 수준으로 거의 되돌아갔지만, 관세와 재정 관련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올 하반기 경기 하강 위험이 상존해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14일 연합인포맥스 패닉-붐 사이클(화면번호 8283번)에 따르면 세계 경기 활성화 정도를 가늠하는 경기 동행 지수인 연합 패닉-붐 지표는 5점 만점에 3.21을 나타냈다. 점수가 높을수록 불황에 가깝다는 의미다.

패닉-붐 지표는 여전히 '콜드(COLD)' 구간에 머물러 있지만 지난달 20일(3.23)부터 우하향하며 '마일드(MILD)' 구간의 목전에 다다랐다. 미국발 관세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 지난 4월 중 기록한 연고점(3.44) 대비로는 0.23 낮아졌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인 3.14까지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다.

연합 글로벌경제 포캐스팅에 따르면 향후 1년 내 글로벌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약 15.76% 수준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약 5.03%포인트(p) 떨어진 수치로, 이는 6개월에 한 번 나타나는 변화 수준이다.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 부과를 한시적으로 유예 조치한 데 이어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의 무역 협상이 진행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를 일부 덜어냈다고 평가된다.

미국 실업률 기반 경기침체 지표도 연초(0.37) 대비 0.20 하락한 0.17을 가리켰다.

미국의 6월 고용보고서가 '서프라이즈'를 선사했다. 이달 초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6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14만7천명 늘어 시장 예상치 11만명 증가를 웃돌았다. 6월 실업률은 4.1%로 내려 예상치와 전월치를 하회했다.

언스트앤영(EY) 파트너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디렉터를 지낸 양기태 수협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보는 미국 고용이 회복됐지만 고용의 질이 나빠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양 부행장보는 "미국 임시직 고용 증가율은 완만하게 개선되는 추세지만 아직은 -3.2%로 여전히 플러스(+) 영역으로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며 "이런 흐름은 관세와 금리, 정책 불확실성 아래에서 기업들이 여전히 고용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장기 실업자가 많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의 6월 장기 실업자(27주 이상)는 전달보다 19만명 증가한 164만7천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23.3%를 차지했다.

양 부행장보는 "평상시 장기 실업자 비중은 16~19% 수준이고, 위기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경우에 30% 이상을 기록했다"며 "장기 실업자 비중이 높다는 것은 노동시장 내 구조적 고용 약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업률(4.1%)과 장기 실업자 지표(23.3%) 간 격차는 고용 회복의 질적 한계를 반영한다"고 부연했다.

시장 일각에서 미국 정부가 협상에 따라 관세율을 깎아주거나 감세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고용과 소비에 긍정적 자극을 줄 수 있다고 기대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양 부행장보는 "미·중 간 관세 갈등은 단기적인 무역 전술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패권 경쟁의 일부"라며 "이런 성격의 분쟁은 단기 타협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미국의 정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를 상회하고, 국가 신용등급도 이미 하향 조정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다이내믹한 감세 정책은 재정 건전성에 부담이 되고 정책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감세 여력 자체가 제한적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가리키면서 "명칭만 요란한 정책은 정치적으로 주목받을 순 있지만 실질적 효과는 미미하거나 실패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복합적인 문제들로 경기 회복이 느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 부행장보는 "장기 실업자 비중 확대와 임시직 고용 부진, 구조적 관세 갈등 및 재정정책의 제약성이라는 네 가지 교차 압력이 경기 반등의 속도를 억제할 수 있다"며 "2025년 하반기에도 경기 하강 리스크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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