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비만치료제 위고비로 유명한 덴마크 제약 대기업 노보 노디스크(NYS:NVO)는 지난달 29일 하반기 실적 가이던스를 대폭 하향 조정하고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 여파로 주가가 20% 넘게 급락했는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보 노디스크의 의도된 전략으로 분석하면서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1일 CNBC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마지아 마이크 도우스다르를 신임 CEO로 선임하기 직전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의 16~24%에서 3분의 1 낮춘 10~16%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실적 경고'를 내놨다.

매출 성장률 역시 기존 기대치 13~21%에서 낮춘 8~14%로 전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노보 노디스크의 움직임이 시장의 기대치를 '리셋'하는 전략적 의도였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필드 모닝스타 유럽·중동·아프리카 수석 주식 전략가는 "노보 노디스크의 방식은 이제 꽤 보편화됐다"며 "새 CEO가 바로 성과를 내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적 경고를 새 CEO 취임 시점에 몰아서 발표하면 이후엔 비교적 좋은 성과를 빠르게 보여줄 수 있어 주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상 금융권에서 이를 '빅 배스(Big Bath)' 전략이라고 부른다. 긴 잠에서 깨어나 아침에 샤워하듯이 회사의 누적 손실과 잠재 부실을 회계장부에 한꺼번에 반영해 털어버린다고 해서 붙은 말이다.

노보 노디스크 ADR의 최근 주가 흐름

CNBC에 따르면 최근 유럽의 다른 기업들도 이러한 전략을 이용했다.

스웨덴의 의료기기 업체 엘렉타는 지난 6월 9일 신임 CEO 임명을 발표한 직후 수주잔고의 신뢰도를 재점검한 결과 약 49억 크로나(약 5억 달러)의 과대 계상이 있었다고 공개해 주가가 4.7% 하락했다.

핀란드 IT 기업 티에토에브리도 지난달 21일 CEO 확정 후 다음 날 발표한 실적에서 유기적 성장률이 4% 역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여파로 주가가 하루 만에 13% 폭락했다.

프랑스의 르노는 지난달 15일 신임 CEO 발표와 동시에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으며 이 여파로 주가가 18% 넘게 폭락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러한 전략이 주가의 반등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투자자들은 새로 취임한 CEO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인지, 대증요법으로 단기적 해결책만 쓸 것인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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